#햇빛서점

2018.01.17

책맞춤-서로 다른 두 책이 만날 때


책맞춤은 책 두 권을 짝 맞춰 한 달 동안 판매하는 햇빛서점의 특별 프로그램이다. 매번 다른 추천인을 선정해 두 권의 책을 소개받는 식이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만나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낸다.


   첫 번째 책맞춤 

2017년 9월의 책맞춤은 두 권의 퀴어 시집을 짝지었다. «우리가 키스하게 놔둬요»(큐큐, 2017)와 «남방큰돌고래»(한국문연, 2013).

«우리가 키스하게 놔둬요»는 거트루드 스타인, 조지 고든 바이런, 사포 등 전 세계 LGBT 시인 39명의 사랑시 75편을 엮은 시선집이고, «남방큰돌고래»는 두 남자의 연애담을 그린 영화 ‹시인의 사랑›(김양희, 2017)의 주인공 현택기의 모티브 격 인물인 현택훈 시인의 첫 시집이다.

첫 추천인이자 햇빛서점과 프레클스를 운영하는 게이 커플 희와진(박철희·이도진)은 첫 책맞춤을 기념하여 영화에도 담긴 김소연 시인의 시 한 구절을 서점 간판에 내걸었다.

“내일이 문 바깥에 도착한 지 오래되었어요.” - 김소연, ‹그래서› 중, «수학자의 아침»


   두 번째 책맞춤 

2017년 10월의 책맞춤은 ‘핑크 펑크!’라는 제목으로 레즈비언 성장담을 다룬 두 책을 묶었다. 줄리 앤 피터스의 소설 «너를 비밀로»(이매진, 2015)와 앨리슨 벡델의 그래픽 노블 «펀 홈»(움직씨, 2017).

두 책을 소개한 이는 ! (!)의 페미니즘 스터디 프로젝트 WOO! BOOK CLUB 서가를 기획했던 북 코디네이터 정아람이다. 정아람이 쓴 추천의 말 전문을 아래 옮긴다.

“햇빛서점의 책맞춤 기획을 빌미로 저는 여전히 덜 가시화되었다고 느끼는 레즈비언의 성장 이야기를 꺼내보고 싶습니다.

«너를 비밀로»의 화자 홀란드 재거는 비록 혼란과 갈등을 빚더라도 유머러스한 태도만큼은 잃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처음 마주친 시시 고다드의 무지개 뱃지에 유독 눈길을 보내고, 시시의 뒷모습에 시선이 끌리며, 결국엔 시시가 자신의 완벽한 이상형이라는 마음의 사실을 알아가는 그녀의 여정은 한여름 풀장에서 유유히 수영을 배우는 어린이의 웃음처럼 활달합니다. 학교가 은폐하는 LGBT 공동체를 드러내기 위해 고민하고 싸우는 이 십대들은 다정하고 진지합니다. 무엇보다도 그 정의로움이 그들의 멋과 힘을 만들어주죠.

«펀 홈»은 레즈비언이자 벽장 속 게이인 아버지의 딸로 자라온 작가의 성장담입니다. 작가 자신, 아버지, 어머니의 삶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다시 창작하면서 작가는 개인의 서사에 퀴어/비퀴어 문학가의 작품을 중첩시킵니다. 문학가, 그들이 쓴 인물들의 이야기를 거울 삼아 아버지, 어머니의 상황과 마음에 다가섭니다. 그 서술의 끝에서 작가는 이 타자들을 이해하고 깨달음을 얻습니다.

나의 비극을 다른 이야기에 비유할 수 있게 된다면, 다른 이야기에 비추어 읽어낸다면 어떨까요. 거기서 우리는 마침내 어떤 ‘메시지’를 읽게 됩니다. 다른 이들이 쓴 이야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비출 때, 삶의 곤경과 기쁨을 꿰뚫어보게 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친구들에게 이 책들이 명랑한 빛이 되어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