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브

2018.01.26

다음을 바라보며-멤버들의 마지막 대화


2017년 11월 21일 모든 일정을 마친 멤버들-이도진(프레클스), 이연정·이하림(워크스), 유혜미(소목장 세미), 박철희(햇빛서점), 박다함(박다함)이 하얀 테이블 주위로 다시금 모여 도란도란 차를 마셨다. 하이파이브 프로젝트를 진행한 소회가 먼저 풀어졌다.

대화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키워드는 세 가지였다. 관객을 불러내는 과정으로서의 ‘일’과 그것을 기획하고 도모하는 실질적 ‘주체’ 그리고 이 둘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구동되는 데 필요한 ‘자원’. 멤버들은 자기 경험의 연장선에 하이파이브라는 케이스를 올려놓은 뒤 그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고민은 자연스레 다음을 향했다. 그 ‘다음’의 자리에는 계획이나 포부와 같은 개인적인 맥락이, 함께 딛고 서 있는 바닥에 대한 현실적인 한탄이, 그 위에서 서로를 지탱할 연대에 대한 희미한 믿음이, 타깃이자 동료로서의 뒤 세대에 대한 갈증과 기대가 잡다하게 섞이고 교차됐다.


*****


     

도진: 하이파이브 지원금이 4천만 원 규모였잖아요. 거기서 인건비를 빼면 3천 5백만 원 정도 돼서 각 팀당 6백만 원 정도를 자유롭게 쓸 수 있었고요. 딱히 제한도 없었죠. 사용해보니 어땠어요?

하림: 좋았어요.

연정: 저희가 직접 돈을 받은 게 아니라서 되게 편리했죠. 만약 직접 받았다면 스트레스가 분명 있었을 거고, 대번에 ‘자본이 있어서 좋았다’ 이런 생각이 들진 않았을 것 같아요.

도진: 한 단계 걸러 온 거라서? 그렇죠(이도진이 하이파이브의 매니저 역할을 맡아 전체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멤버들 사이에서 각종 행정 업무를 조율했다).

하림: 프로젝트 매니저를 두면 어떤 점이 좋은지 알았어요.

연정: 집중할 수 있었죠. 직접 받고 서류 처리를 했다면 진짜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 파트에 기획자로 모신 분들께 인건비를 섭섭하지 않게 드려서 중간중간에 요청하기도 편했고, 그분들도 엄청 열의를 가지고 참여해주셨고. 미안한 마음이 없어서 좋았어요.

혜미: 그동안 열정 페이 식으로 싸게 후려치기 당하고 그랬는데. 꼭 지인 위주로 돌아가게 되고.

철희: 맨날 사과하고.

혜미: 인건비 알맞게 주는 것도 그런데, 완전 모르는 누군가를 섭외할 수 있는 게 자본인 것 같아 사실.

도진: 새로운 사람을 발굴하는 것도 돈이 안정적일 때나 가능한 것 같아요. 완전 쪼들릴 때는 어떻게든 누구한테 비벼서 하게 되는데.

혜미: 돈 없으면 내가 하는 거고.

연정: 공간 대관도 되게 어렵지 않았을까?

도진: 막상 계약서에 일일 350만 원이라고 써 있는 걸 보니까 쉬운 일은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연정: 원래는 천만 원 넘게 줘야 하는 건데 자유롭게 쓰도록 재량을 준 것 같아요. ‘잘해줘야겠다’ 이런 게 아니라 그들도 재미가 있긴 했나 봐.

철희: 그 바리스타 분이 엄청 좋아했는데.

연정: 고희은 씨?

철희: 맞다 맞다.

연정: 고요라떼 먹고 싶다.

도진: 일층에 스테이지 설치하고 공연 진행하면서는 어땠어요? 다함 씨는 무대 만들어서 한 공연이 오랜만이었죠? 아닌가?

다함: 거의... 그렇죠. 맨날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다가.

도진: 장비 빌리는 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아서 만들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쨌든 자본이 바탕이 돼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혜미 씨는 무대 만들면서 어땠어요?

혜미: 나는... 무대를 만들어본 경험이 워낙 없어서 잘했다고 평가하진 않는데, 조명 만드는 게 되게 재밌었고, 그걸로 다음 단계에 뭘 할 수 있을지 둘러본 것 같았어요. 조명이라는 게 상상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 많거든요. 가구 같은 경우는 ‘이렇게 만들면 멋있겠다’가 나오는데, 조명은 켜보지 않고 형태 자체만 놓고서는 끝이 안 나요. 하나 켜보고 다른 거랑 같이 켜보고 여기서 켜보고 저기서 켜보고, 이게 너무 달라. 그런 걸 실험해봐서 재밌었어요. 그리고 그 조명을 써가지고 해초자매 사진이 잘 나와서 좋았고.

도진: 되게 괜찮더라 분위기가.

연정: 이런 편안한 공연도 자주 있으면 좋겠다...

하림: 관객 수도 너무 적당했어요. 편했어. 사람들이 힘들면 위로 올라가서 앉아 있고 그런 게 괜찮았어.

연정: 공연 없을 때도 직원들이랑 관객들이 믹스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 들었어요. 테이프도 꽤 팔리지 않았어요? 사는 사람은 두 개, 세 개 이렇게 사더라고.

하림: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어.

도진: 나도 맥락을 들어서 알고는 있었는데 설명하려면 좀... 일단 이름이 잘 안 외워지고.(웃음) 아무튼 저도 행사 기간 동안 비지엠 너무 좋았어요... 철희는?

철희: 나는 일단 새로운 행사를 하기에는 자본이 좀 달리는 상황이었어요. 위탁 판매로 입점한 사람들에게 정산을 못 해준 상태에서 그렇게 하기가 눈치 보이기도 하고, 제 스스로는 그랬어요. 정산도 안 해줬는데 행사를 하는 게 꼴보기 싫을 것 같아가지고. 그걸 해결하지 않으면 하이파이브를 못 할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었어요. 실제로 제가 인건비를 세 달 받았거든요. 그래서 홀가분하게 행사를 할 수 있었고, 결과도 좋았고. 아까 말했듯이 전문가 비용을 쓸 수 있어서 사람들한테 막 부탁하면서 하지 않아도 되니까 너무 좋았어요.

하림: 그런 배경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철희: 처음에 자세하게 설명을 안 했어요.

도진: 인건비를 140만 원씩 세 달 받았는데, 그중 한 달은 제가 세금 내는 걸로 다 쓰고, 나머지 한 300만 원 조금 덜 되는 돈으로 정산을 좀 해결한 거죠.

연정: 정산을 오랫동안 못 했던 거야?

철희: 1년 동안 3백만 원 정도 쌓여 있었는데.

혜미: 인공호흡 잘했네.

연정: 그럼 눈치 보였겠다 정말.

도진: 하이파이브 안 한다고 해서 싸웠잖아. 잘했지. 그러면... 뭐 돈 잘 썼다 이런 말이네요 결국에. 근데 하이파이브가 뭔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인식이 됐나요?

연정: 그런 것 같아요. 팀들이 모여서 유니온을 만든다... 이게 좋은 선례가 돼서 사람들이 쫓아서 한다거나 그러진 않을 것 같지만.

도진: 그 전엔 이런 게 별로 없었나요?

연정: 기획 전시는 있어도 행사로는 없었던 것 같아요. 공간 중심으로 이런 행사를 기획하는 건 있어도 자발적으로 모여서 행사를 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해결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하림: 그리고 보통 콘텐츠로 사람을 모으는 게 아니라 인물로 뽑잖아요. 그래서 내용이 조금 상이했고. 그 부분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연정: 내용 자체가 완전히 맞물렸다기보다는.

철희: 저는 또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혜미: 또 하면 더 잘할 텐데. 정산도 깔끔하게 하고. 돈 쓰는 것도 이제 딱.

연정: 청년허브에서는 뭐래요?

도진: 딱히 피드백이 있진 않았어요. 일단 오프닝 때 와서 왜 이렇게 사람이 많냐며... 이 행사를 온전히 그들이 먼저 제안해준 거긴 하거든요. 원래는 한 공간에 몰아주는 기금인데, 여러 팀들의 관계성에 돈을 투입해보고 그것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보자고. 행사 4일 동안 다 오신 건 아니지만, 뭐 보여줄 건 다 보여주지 않았나... 사이트에 이런 결과까지 올라가면 더 이해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런데 앞서 말한 대로 특정 지역이나 관계망이 있는 사람들에게 기금을 좀 쥐여주고 뭘 해보자는 방식은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에 철희 씨랑 홍구 씨 두 명을 고용했는데, 그것처럼 중간 관리자에게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면 되게 편할 것 같고요. 다른 페이잡을 내려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관리하게 하면 사실상 제일 좋긴 한데. 여하간... 다른 팀들 일하는 거 보면서 어땠어요?

혜미: 워크스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

연정: 왜 그런 거예요?

혜미: 아 그러니까... 저도 일을 안 한 건 아니지만 그... 좋게 말하면 아티스트적인 그런 게 있어가지고...

철희: 좋게 말한다 되게.(웃음)

혜미: 미루고, 막 내 시간 되게 필요하고, 생각해볼 시간 필요하고,(웃음) 맞는 건지 한 번 더 생각하고, 그러다 맨날 늦고. 그런 게 몸에 베어 있다가 빨리빨리 시원하게 일을 하고 보는 것도 다르고 전략도 다른 팀을 만나서 되게 좋았고 많이 배웠죠.

철희: 나도 가까이에 있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시원시원하게 처리하는 게 저런 거구나... 메일 보내볼까? 전화해볼까? ‘따르릉~ 거기 임대하나요?’ 이렇게 하는 게 너무 시원해. 보고 있으면 막 속이 풀려.

연정: 버릇이 된 게 있어요. 생각만 하면 절망적이니까 전화를 해보고 메일 보내고 이게 습관처럼 돼가지고. 물어볼 거 빨리 물어보고, 안 되면 말고.

철희: 큰일을 해본 사람들이라서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었어.

도진: 어떤 결정을 하면, 그 결정에 대한 확신이 있어 보여. 첫 회의 때도 돈이 이 정도 있는데 어떻게 할까 물었더니 ‘어디 빌리죠’ ‘대로변에 있는 거 빌리죠’ 그랬는데, 사실상 그런 스케일을 경험해본 사람이라서 할 수 있는 말이잖아요. 규모 있는 걸 하다 보니까 생각의 풀이 더 큰 거지.

혜미: 그리고 결과물도 되게 잘 나왔고. 워크스가 처음부터 얘기했던 거나 여기 전시나 다 안정적인데, 저렇게 일을 하니까 저렇게 나올 수밖에 없구나, 그 생각을 했어.

도진: 안정적인 부분이 엄청 큰 것 같아.

홍구: 프로젝트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 궁금했거든요. ‘우! 스쿨’ 준비하는 걸 옆에서 보면서 느낀 지점은 적절한 사람을 캐치해서 고용하고 그 사람에게 어떤 임무를 던져주고 하는 걸 엄청 자연스럽게 진행한다는 것.

하림: 그런데 많은 사람들과 일하니까 너무 피곤하더라구요. 만나야 되고, 계속 이야기해야 되고, 업무 분담해야 되고. 여유 시간이 많고 수익이 있는 일이라면 위안 삼을 거리가 있었을 텐데.

연정: 달래면서 해야 하니까. 전화도 계속 돌려야 하고. 막 12시까지 회의 하고 그런 게 몇 번 있었잖아요. 진짜 피곤하더라고요. 하이파이브 하면서 이도진 진짜 힘들었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언제 모이자 어쩌고 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에.

도진: 마지막에 서류 처리할 때나 그랬지. 여튼 워크스가 일을 잘한 걸로.

혜미: 배운 걸로.

도진: 프레클스에서 «FANTASTIC GARDEN» 전시 같이 준비하면서 또 배운 것 같아.

혜미: 또 뭘 배웠어?(웃음)

도진: 작가, 공간 운영자, 기획자 이렇게 삼박자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작은 전시였지만 되게 좋았어요.

하림: 홍구 씨 글이나 영상을 처음 생각했던 대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밸런스 면에서 조금 아쉬운 지점이 있어요.

연정: 최선으로 뽑은 것 같아요. 결과가 되게 좋았고 그 다음을 바라볼 수 있게 자극이 된 거 같고.

도진: 어쨌든 작가가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 같은 것을 마련하는 게 목표였으니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음 전시에 채우는 거지. 근데 생각보다 반응이 진짜 좋았어요. 전시 보려고 청주에서 막 올라오고 그래. 야간 개장 때 초 한시간 반만에 다 팔렸어.

연정: 그니까 반응이 있어. 2-3년 전에 초 유행했을 때 언니가 되게 속상해했는데 그걸 뛰어넘은 거 같아.

도진: 그냥 ‘멋진 초가 있다’ 하는 게 아니라 이게 보통 초가 아니라는 걸 알더라고. 이 그림과 초가 사람들을 터치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그림 너무 좋다고 감동 받았다고 난리야. 포스터도 역대급으로 많이 팔았다니까. 40장 팔았어.

연정: 진짜 신기했어. 그림에 대해서 다들 극찬하는데, 저는 사실 옆에서 봐왔을 때 별 감흥이 없었거든요. 뭐라고 해야 되지? 입시적이라고 해야 되나? 막 그걸 파는 게 기시감이 드는 거야. 판단이 안 되고. 근데 그런 게 아니었더라고요. 다르게 볼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고. 열심히 판다고 해서 되는 그림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철희: 새로워서 좋은 것도 있지만 이 전시 같은 경우에는 정말 잘해서 좋아 보이는 면도 있었던 것 같아요. 초도 너무 잘 만들었고, 그림도 너무 잘그렸고, 너무 보기 좋은 전시인 거죠.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연정: 그 두 개가 같이 있는 게 멋있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불 다 켰을 때 멋있더라. 걱정했던 것보다 잘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도진: ‘웃어 겨울에’는 어땠어요?

혜미: 밤에 사람 좀 없었고 낮에는 근근이 있었고?

하림: 저 쇼룸 보고 놀랐어요. 너무 잘해 놔서.

도진: 아 처음 봤구나?

하림: 응응. 쇼룸 진짜 좋아.

도진: 으하하. 워크스 인 프로세스 다음 작가로.

연정: 터지기 직전인 것 같아. 알려진 것에 비해서 가진 게 많다고 해야 되나? 더 알려져야 될 것 같은 느낌.

하림: 개인전 하면 좋을 텐데.

연정: 쇼룸에서 그게 보인다니까요. 그냥 ‘멋있다’ 이런 게 아니고 분명히 가지고 있는 특이점이 있어.

도진: 이번에 ‘웃어, 여름에’랑 ‘웃어, 겨울에’ 보면서 제일 크게 주목했던 지점은 민식(MINUSIGUE) 씨의 발견.

혜미: 맞아 맞아. 그거 완전.

도진: 그때 트위터에 쓴 거 보고 놀랐어요. 이거 포스터 작업 하고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혜미: 나도 그래서 너무 좋아.

도진: 그래서 쭉 봤거든요? 작업이 완전 달라졌더라고요.

연정: 어떻게 그렇게 된 거지? 맨 처음 포스터가 뭐예요?

혜미: 그 여름에 사람들 서 있는 거(‘웃어, 여름에’ 포스터).

도진: 근데 그거랑 이번 거랑 비교하면 너무 달라. 다른 사람이야. 그런 기회로 발견하고 칭찬하고 이런 게 너무 좋았어. 그런데 또 발견이라 하면 다함이를 빼놓을 수 없지.

연정: 응. 대단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하림: 해초자매 진짜 좋았어요. 다들 귀엽고 무해하고 그 기운이 너무 좋아. 그 시간에 그렇게 귀여운 밴드를 볼 거라고 상상을 안 했기 때문인지.

연정: 어르신들 데려오고 싶은 공연이었어요. 평소에 소비하는 걸 가족이랑 같이 해보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단순히 음악 매칭이 평온했다기보다 사람들을 안심하고 데려올 수 있는 분위기였어요. 가족이나 어릴 때 친구들한테 보라고 했을 것 같아요. 재밌었어요.

도진: 진짜 ‘이런 공연은 박다함 아니면 누가 기획해’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혜미: 그러니까 박다함 박다함 하는 거지.

도진: 맥락 같은 것도 그렇고 아시안 뮤직 파티 다음 단계의 어떤 지점들이 잘 드러나서 좋았어요. 해초자매 경우도, 왜 평상시에 귀엽고 무해한 것들을 내가 소개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좀 있잖아, 그런 걸 완전히 뛰어넘어서 너무 좋았고.

연정: 맞아. 작정하지 않아서 좋았어.

도진: 그리고 그게 아시아라는 지역성 안에 묶여가지고 일본, 대만, 한국이라는 삼각 고리를 잘 만들어낸 거 같아요.

홍구: 다함 씨가 행복하게 웃는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던 것 같아요.

혜미: 언제 웃었어?

홍구: 키시노 유이치 씨가 노래 부를 때 옆에서 엄청 화사롭게 웃고 있었어요.

연정: 저는 토크 같은 게 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아티스트들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이왕 온 김에 그러면 좋지 않았을까.

하림: 영상 매체가 있으면 좋긴 하겠네요. 기록용으로.

연정: 음악으로만 이해하는 게 되게 쉽긴 하지만 그 아저씨는 왜 그렇게 살고 있는지 들으면 좋잖아. 저희가 우연히 도쿄에서 봤었거든요. 편의점 디제잉 할 때.

혜미: 아 진짜? 그때 왔었어?

하림: 그때 여행 중이어서.

연정: 분위기가 진짜 특이했잖아요. 다시 없을 분위기.

혜미: 진짜 특이했어.

연정: 경찰들도 와서 영문을 모르는 느낌이었어. 되게 활발한 거리의 편의점도 아니었고.

다함: 아주 멀리 있었어요.

하림: 포켓몬 하면서 갔던 기억이 나요.

연정: 아무튼 더 듣고 싶은 게 있다고 해야 될까.

다함: 원래 홍구 씨랑 약간 시간이 지난 후에 인터뷰를 할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림: 소개예요?

다함: 키시노 유이치에 대한...

홍구: 하자. (모두 웃음)

다함: 생각해보고.


     

하림: 다들 파티나 조그만 행사 할 때 예산을 얼마큼 쓰는지 궁금해요. ‘미친다’ 같은 파티 열면.

혜미: 말도 안 돼...

도진: 다함이가 제일 잘 알 것 같긴 해.

다함: 글쎄요. 그냥 제로예요.

하림: 아무것도 없이 그냥 나중에 생기는 수익을 담보로 시작하는 거예요?

다함: 거의 그런 식이었고... 아시안 뮤직 파티도 처음에 ‘페스티벌 봄’ 클로징 파티로 시작한 건데, 이번 하이파이브보다 좀 더 큰 규모의 지원금을 주겠다고 약속한 상태였기 때문에 할 수 있었고요. 이번이 4회였는데요. 2-3회는 아예 제로에서 했어요. 파티를 열 때 주로 두 가지 경우인데, 기금이 있어서 마음을 놓고 하는 경우와 콘텐츠는 좋은데 수익을 담보할 수 없는 경우. 수익이 담보되면 확실히 편하게 할 수 있죠.

하림: 저희는 사업으로 생각하고 행사를 할 때 첫 번째 행사를 통해서 수익을 쌓으면 그걸 다음 행사 때 쓰고, 이런 식으로 왔다 갔다 하는데 파티를 할 때도 그렇게 해요? 아니면 제로 제로 만들고 계속 그렇게 하는 거예요?

다함: 제로 제로는 아니고... 쌓아 놓는 경우도 있어요. 최근 노클럽이 약간 그런데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만큼 쌓거나 그런 경험이 아직 많진 않아요.

도진: 과자전은 예산 규모가 어떻게 돼요?

연정: 인건비나 아르바이트 비용만 2-3천을 써요.

도진: 갑자기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다.(웃음)

연정: 그래서 아예 분리해서 생각해요.

철희: 짱이다.

하림: 근데 그건 진짜 너무 힘들어요. ‘재미있으면서 한다’ 이런 개념은 아닌 것 같아요.

도진: 아 진짜?

하림: 별도의 사업? 약간 다른 사람이 되는 기분으로 해야 내가 편하고.

연정: 관계자도 완전히 결이 다른 사람들이고. 그래서 회의하거나 업무할 때 따로 스위치를 켜요. 협찬이나 후원 같은 걸 스폰서 식으로 따려고 노력했던 때도 있어요. 큰 회사에 가서 우리를 피칭하는 일이 되게 많았죠.

하림: 저희는 회사를 다닌 경험이 없단 말이에요. 조직 사회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고, 특히 말하는 법을 몰라서 주먹구구로 부딪힌 부분이 있죠.

연정: 사람을 너무 많이 고용해본 적도 있고. 그런 여러 가지 경험들이 쌓여서 지금은 어느 정도 템플릿을 갖추긴 했는데...

하림: 그런 거 있잖아요. 규모의 경제 같은... 아직 거기까진 해당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중간쯤 어디인 것 같은.

연정: 인디 행사 정도. 아직은.

도진: 관객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데요?

연정: 5만?

도진: 그게 인디야?(웃음)

하림: 장소, 저희랑 함께 하는 부대 행사, 그에 맞물린 코엑스의 이익 관계, 강남구의 이익 관계, 다 섞여가지고 그렇게 된 거라서. 그 5만을 저희가 만들어낸 건 아니에요.

연정: 행사 기간 동안 케이팝 콘텐츠도 되게 지분율이 크게 들어오고. 코엑스에서 할 때는 영동대교를 막고 하니까.

하림: 비빔밥 같은 행사의 고명 정도?(웃음) 그래서 그 5만의 지분이 다 우리한테 있지는 않아요.

도진: 아, 그럼 그 전체 행사의 입장 관객 수가 5만이라는 거죠?

하림: 저희만 단독으로 파악할 수 없게 해놨어요. 근데 다른 분들이 만드는 행사는 너무 많이 안 오게 조절해야 되잖아요.

도진: 3-5만을 감당할 수 있는 템플릿이 아니라서. 인력 자체도 없고.

하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좋아하는 걸 재밌게 한다’ 이런 것도 조금 있었는데 이젠 없어요. ‘이건 일이고,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라는 태도로 해요.

혜미: (세상 진지하게) 저렇게 해야 돼. 영혼을 팔아야 돼. (모두 웃음)

연정: 근데 잘 안 팔려.

하림: 내 상상일 뿐이야.(웃음)

연정: 오늘 아침엔 네덜란드에 사는 한국분이 ‘이런 걸 발견했어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철희: 아 표절?

연정: 네.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연락을 해줘요. 북유럽 쪽으로 갈 줄은 몰랐지. 중국에서 계속 찍고 있는데 그걸 또 재수출해서...

철희: (사진을 보며) 순이야 이번엔?

혜미: 순이를 똑같이 했어? 대응을 어떻게 해요? 와...

연정: 대응이 어려워요. 네덜란드라고 하니까 이제는 손을 떠났다...

하림: 우리가 진짜로 진지하게 했으면 법무법인 계약해서 대응을 했을 것이고, 아예 상관없었으면 귀여우니까 다들 하겠지 생각할 텐데 그것도 아니라서. 화는 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연정: 그래서 파급이 효과적이고 많은 사람한테 뿌려지는 것만이 좋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하림: 기획자가 기획을 못 하니까. 근데 천 명은 딱 좋은 것 같아요.

도진: 그 정도가 즐길 수 있다?

하림: 네.

철희: 관객을 조절하신다는 얘기를 하셨는데, 어떻게 하는 거예요?(웃음) 저는 최선을 다했는데...

연정: 우선 표로 조절하는 게 제일 쉽고. 입장표를 팔아서. 그렇지 않으면 거의 불가한.

하림: 근데 하이파이브는 의도치 않게 약간 어려웠잖아요. 행사가 레이어도 좀 있고. 사실 이런 얘기도 들었어요. 포스터를 보고 이게 뭐구나 파악하면서 가진 않겠구나. 그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좀 필터링이 된 것 같기도 해요.

연정: 엄청 관심 있는 사람들만 오지 않았을까?

철희: 뭐가 이렇게 어렵냐고 얘기했었어요. 포스터 보고.

다함: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서 텍스트 많은 걸 되게 싫어하더라고요. 이미지만 보고 텍스트 잘 안 읽어요. 그게 걸러지는 데 한몫하지 않았나.

철희: 이미지 한 장으로 설명되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알기 힘든...

연정: 반대로 행사장에 왔을 때는 단번에 이해를 하니까. 그럼 되지 않았나 싶고.

도진: 최근에 노클럽 200명 넘게 왔잖아요.

다함: 처음으로 넘었어요.

도진: 그때가 처음으로 넘은 거예요? 몇 명 오면 좋겠어요 최대로?

혜미: 한 200명 오면 좋겠는데.

도진: 항상?

다함: 왜냐면 입장료도 노뮤직에 새 멤버가 들어오면서 받기 시작한 거고, 그 전에는 입장료를 받아도 될지 안 될지 약간 눈치 보는 입장이었거든요. 사실 최근에 저희가 페이스북에서 ‘명동 클럽’으로 유명해졌거든요. (모두 웃음) 신도시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매일 한 명씩 물어봐요. 전화도 매일 오고. 오늘 클럽 있냐고. 오늘 디제이 없냐고. 사람들이 신도시를 ‘밤과 음악 사이’ 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은데... (모두 웃음)

혜미: 내장튠 틀어야겠다. 나는 틀 수 있어. 나는 틀 거야. (모두 웃음)

다함: 틀어.(웃음) 저희보다 아래 세대, 90년대생 정도한테 그렇게 읽히는 게 신기했어요. 신도시라는 공간이 그대로 읽히는 게 아니라.

도진: 완전히 탈맥락된 이후에 뭔가가 된다는 거죠?

다함: 네네. 최근에 ‘레게 낫 레게’라는 레게 이벤트가 있었는데...

혜미: 그것도 사람 많았다며?

다함: 160명. 그런데 이벤트를 알고 온 게 아니라 그날 설리 왔다면서 우르르 들어왔대. 이벤트가 신도시라는 공간과 함께 사람들한테 어떻게 인지되는지가 재밌는 것 같아요. 100 퍼센트 이해하는 것 같진 않아요.

도진: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기획이든 공간이든 이벤트든 그것의 맥락이 변하는 상황들이 있는 것 같아요. 워크스가 기획했던 행사에서도 많았던 지점이죠? (관객들이) 오해하는 지점은 없어요? 과자전은 명쾌한가?

연정: 어려워하는 건 없어서.

하림: 신도시 그것도 너무 웃겨가지고. 신도시랑 노클럽이 페이스북에 돌아다니는 것도 딱 소비되는 맥락이 있잖아요.

도진: 그때 혜미가 뽕짝 틀어서.

연정: 파티 하면 계속 어린 사람들이 유입되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다함: 아니에요. 반은 아는 사람이고 제가 입장을 계속 받는데, 진짜 모르겠어요.

도진: 관객층은 안 바뀌었어요?

다함: 꾸준히 오는 사람들이 느는 건 보이는데, 그 나머지는 이벤트 모르고 오는 사람들이 6, 놀고 가는 사람이 4인 것 같아요. 옛날에는 모르고 오는 사람 8이었는데... 좀 줄었네요.

도진: 어쨌든 콩부(DJ cong-vu)가 케이팝을 계속 트니까, 아이돌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이 계속 오게 되는 지점이 있잖아요.

다함: 막상 SNS로 검색해보면 케이팝 팬이 스며드는 것 같진 않더라고요. 그냥 그 사람들은 눈으로만 보고 있고.

하림: 왜 안 좋아하는지 저도 이해가 안 갔어요.

다함: 저희가 한번 태민 티셔츠를 팔았잖아요. 그때 법적 대응이 궁금해서 에스엠에서 일하는 사람 통해서 물어봤더니 되게 위험하고, 그쪽에서 저희를 알고 있는데, 반반이래요. (도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렇죠. 태민 티셔츠를 팔기 시작한 순간 팬들이 공격할 수도 있으니까. (도진: 니네가 그걸 왜 파냐?) 그렇죠. 이미 우리 손을 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좀 하고 있대요. 팬들도 저희한테 그렇게 우호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아서 반반인 느낌이에요.

도진: 문턱이 있을 것 같아요 비주얼적으로. (신도시가) 쉽게 문 열고 들어갈 만한 분위기는 아니잖아요.

하림: 그런 게 이해하기 쉽게 소개되려면 SNS에 카드 뉴스 같은 걸로. (모두 웃음) ‘을지로에 이런 게 있다며?’ 이러고 옆으로 누르면.(웃음)

연정: 화장실 얘기해줘야 될 것 같아. ‘컨셉추얼한 옛날식 화장실을 체험해보자!’ 이런 식으로. (모두 웃음)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화장실!’

철희: 똥간 체험.(웃음)

연정: 근데 팬들 입장에서는 그냥 머글이 음악 트는 걸로 보여서.

도진: 그럴 수도 있겠다.

연정: 뭔가 믹스해서 트는 것에 흥미를 가질 리가 없고. 아티스트가 믹스를 한다거나 레이블이랑 아티스트랑 같이 믹스를 낸다거나 그런 데 그다지 반응하지 않더라고요. 옛날에 에프엑스가 그렇게 했을 때도 반응이 별로 없었어. 음악하는 사람들만 좋아하지.

도진: 무슨 얘기하다가 여기까지 왔지?

다함: ...

연정: 하이파이브도 카드 뉴스를 했으면 달랐을까?

하림: 저희는 어떻게 하면 그런 걸 더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하거든요.

철희: 크으...

하림: 짤 만드는 게 업무 중 하나이기도 해요.

연정: 홈페이지 사용법이면 손 이렇게 올려서 ‘여기 클릭’ 반짝이고. ‘나만의 과자를 찾아보자!’ 이런 거.

철희: 클라이언트 잡 할 때만 만드는 거?

연정: 응응. 그런 걸 스스로.

도진: 엄청 친절해지고 쉬워져야 하는 지점들이 생긴다는 건데. 사실 기획하는 사람들이나 작가들이나 디자이너들도 그런 걸 힘들어할 때가 많잖아요. ‘내가 이거까지 설명해야 돼?’ 이런 거. 그 지점들이 모객 등에 장벽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  

홍구: 다함 씨는 하이파이브 하는 시기에 «에이-멜팅 팟»도 있고 다른 일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었을 것 같아요.

연정: 맞아. 보면서 가능한가 싶었고.

다함: 사실 제가 하이파이브를 잘 못한 것 같아서...

혜미: 맞아. 맞아. 교류도 별로 없었고. 인사도 없었고. (모두 웃음) 도착하면 인사를 해야 되는데 막 표정 무섭게 하고 있으니까.

도진: 하이파이브 뺨으로 했지 뭐. (모두 웃음)

연정: 근데 다함 씨 덕에 사람들 많이 온 것도 보고 그러지 않았나...

다함: 아닙니다... 느낀 게 있어요. 제가 개인으로 움직이잖아요.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약간 넘친 상태여서... 올해 계속 프리랜서로서 기획자로서 혼자 소화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서 하이파이브를 하며 좀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에이-멜팅 팟»에서는 제가 하이파이브로 치면 도진 씨 역할을 하는 거였는데, 거기서도 끝난 다음에 평가 회의를 했어요. 겉보기에는 원만하게 잘 끝낸 것 같은데 구성원들한테는 좀 좋지 않은 결과가 된 것 같아서 반성했고요. 개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딜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도진: 그 지점도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쨌든 1인 혹은 2인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라서 어떤 규모를 넘어서는 때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데. 돈을 벌고는 싶고 큰 것도 해보고 싶고 그런데 한계는 분명하고.

하림: 작은 규모에서 할 수 있는 것, 작은 규모라서 섬세하게 할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아요. 크루 형식이 아니라 사업체를 꾸리고 내가 지시하는 상황이 되면 어쨌든 내 인격으로 운영해야 하잖아요. 다른 사람 인격이 끼어드는 게 없이. 그러면 또 그것만큼 시간이 더 들어요. 놀리면 안 되니까 일을 어떻게 시켜야 되는지 항상 생각해야 되고. 그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시키는 것도 뭔가 미안하고.

연정: 개인이 주체가 되는 경우에는 기분도 많이 타고, 선호하는 작업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거절을 할 수가 없죠. 만약 그것들이 다 중요하고 지금 시점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자신을 갈아 넣게 되니까... 다함 씨의 경우에는 단순히 일을 도와줄 수 있는 어시스턴트나 매니저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혜미: 왜 한 번도 그러지 않았어?

다함: 어시? 음... «에이-멜팅 팟»에서 헬리콥터 레코즈 5주년 토크를 했는데, 결산을 내보니까 늘고 줄고 늘고 줄고 거의 제로인 거예요. 마이너스는 아닌데, 그에 대해 안도하면서도 안주해 있는 느낌이어서 ‘안 좋네’ 싶었어요. 사실 프리랜서로 일하면 유지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잖아요. 확장이라면 마이너스를 안 내기 위해서인 부분이 크고. 안 해본 걸 좀 해봐야, 일종의 스크래치를 내야 다른 식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생각을 약간씩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 노뮤직 멤버 늘어나면서 아까 말했던 카드 뉴스나 그런 것처럼 세현 씨랑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고 있고.

혜미: 근데 난 다함이가 만약 꼭 해야 되는 일이 세 가지가 들어왔는데 그걸 다 놓칠 수 없을 때 자신을 갈아 넣지 말고 그 시기만이라도 믿을 만한 사람을 두면 좋겠어요. 세 가지 다 하면 그 사람 줄 돈이 조금이라도 나올 거 아니에요. 그렇게 하면 훨씬 나을 거 같은데.

하림: 쉽지 않을 것 같긴 해요.

다함: 어시를 둘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다 내가 가서 발제를 하거나 그런 참여를 해야 되니까... 포기를 해야 되는 거지.

혜미: 그럼 시간을 겹치지 않게 해야 되는데... (모두 웃음)

도진: 비서를 둬야겠어.(웃음) 일종의 셀렙이잖아. 인디 대통령이라서.

연정: 얼굴이 필요하고.

혜미: 스케쥴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한 거네.

다함: 하여튼... 그런 겁니다...

연정: 바깥에서 보기에는 어린 친구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다함: 그런 얘기도 들었어요.

연정: 다함 씨가 엄청 중요한데 그 다음 캐릭터가 나오려면...

하림: 다함 씨도 사십 되고 오십 되면... (모두 웃음)

연정: 저는 어린 친구들이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알고 싶지만 알지 못하는 처지라.

하림: 혜미 씨는 계속 가르치면서 일하죠?

혜미: 그렇죠...

도진: 영재 씨도 있고.

하림: 진짜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가르치는 부분이 너무 어려워요. 이러느니 내가 하지 이런 게 많아서. 그 일에 걸리는 시간이 가르치는 시간보다 짧기 때문에.

혜미: 내가 하면 한 네 배는 빠르게 할 수 있는데.

철희: 그 정도야?

혜미: 응. 근데 포기했어. 다 포기했어. 어쨌든 나는 무조건 보조가 필요하니까.

다함: 최근에 할로미늄(HALOMINIUM) 하시는 이유미 씨가 90년대생 모델을 찾는데 저한테 아는 사람 있느냐고 물었어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혜미: 그래서 너가 했어? (모두 웃음)

다함: 아니.(웃음)

혜미: 사진 찍었길래. 코트 사진.

다함: 아니 그냥 피팅만 한 거였어.(웃음)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음악 신에 아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실리카겔밖에 없는 거야. 에마논 친구들. 그래서 얘기했더니 그쪽은 다 아조(AJO)가 찍었대요. 그리고 저도 궁금해서 2년 전에 지큐에서 90년대생 다룬 기사를 한번 쭉 훑었는데, 그때 이미 다 나왔거든요. 신세하랑 예지 씨 나오고.

도진: 소름.

연정: 맞았어 맞았어. 다 지금 잘 활동하고 있고.

다함: 웃긴 게 그 얘기를 들은 다음에 생각해보니까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90년대생은 다 나온 거잖아요. 모르는 사람들은 99 같은 후반이고.

혜미: 개명해야겠다. 구십년대생으로.

도진: 예지 씨가 몇 살이에요?

혜미: 93? 아 95? 23세?

다함: 그 뒤 세대는 알려고 해도... 예전에는 그래도 관객층이 대부분 SNS에서 아는 사람들이었는데, 이제는 다 흩어져 있어요. 어떻게 수집을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웃어 겨울에’ 하면 모르는 사람이 오는 경우도 꽤 있나요?

혜미: 모르는 사람이 오는 경우도 꽤 있죠. 많이 와요.

다함: 그럼 그분들이 SNS에 후기를 남기기도 해요?

혜미: 그냥 좋았다 이런 정도예요.

도진: 자연스럽게 구십년대생 이야기가 나왔는데, 우리가 붙들고 있는 기획이나 매체 같은 게 살짝 올드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연정: 올드해졌어요.

하림: 특히나 이도진은 인쇄 매체로 이야기하니까 너무 안 맞죠.

연정: 이천년대생 넘어야 다시 책 읽거든요.

혜미: 어머.

철희: 어머.

홍구: 소름 돋았어요.

하림: 미국이나 영국은 이북이 되게 많이 가라앉는 추세라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다시 종이책으로 본다고.

도진: 아 진짜?

하림: 이제 수집이나 그런 걸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아요.

연정: 도진은 그냥 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프로파간다가 담긴 책을 계속 만들잖아요. 시간이 더 흐르면 정치적인 것들을 오히려 소비하게 될 것 같아요.

도진: 무당이야.

혜미: 워크스의 일과 이런 거 궁금해. (모두 웃음)

하림: 아니 기사에 난 거예요.(웃음)

연정: 어쨌든 책은 ‘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잖아요.

혜미: 맞아 맞아. 그때까지 버텨야겠다 도진은.

도진: 어떻게 버텨... 근데 나는 이제 허챠밍 같은 존재를 생각해보면, 영상 같은, 예를 들면 노뮤직도 최근 들어 스트리밍을 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사실상 어떤 메세지에 되게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젊은 사람들한테도 되게 쉽게 먹히는 지점이고...

연정: 생각해보면 그런 어린 친구들은 자기들이 주도해서 만들어낸 콘텐츠에 친구들이 몰릴 테고... 한계가 있는 게 당연하지 않나 싶고.

하림: 우리는 70년대생이 만든 콘텐츠에 열광했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다 인쇄 매체였고. 우리가 좀 그거에...

혜미: 집착하는구나.

연정: 뭐 있는 것 같아요. 판이나 앨범도 그렇고.

혜미: 맞아 맞아.

철희: 왜 우리는 십 년 터울 넘는 사람들을 존경했지?

도진: 그때 만드는 사람이 다 그랬으니까.

하림: 십 년 터울 있는 사람 모두를 존경한 건 아니고 그중에 새롭다는 사람들을 존경했던 거라서.

도진: 지금 우리가 그들을 존경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새롭다는 느낌은 전혀 없으니까. 어쨌든 개인으로 기획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가진 큰 두려움은 내가 하는 것이 시대적으로 현상적으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지점들이 생길 때이지 않나 그런 생각이 좀 들어요.

연정: 저희보다 위 세대에 그런 사람들이 있나요? 디자이너 말고 기획자로 유명한 사람?

혜미: 우정국 정도?

도진: 전시라는 분명한 포맷이 있어가지고.

다함: 미묘하게 위 세대인데 82...

혜미: 미묘하네. 시청각?

다함: 근데 다 미술이잖아.

도진: 큐레이터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기획하는 거라.

연정: 전시는 되게 전통적인 거니까.

하림: 저희는 또 그렇진 않잖아요. 지금은.

도진: 이번에 ‘삼례북페어’에 참가했거든요. 오늘의풍경이랑 잡지쿨이랑 6699프레스랑 부스가 모였어요. 넷이 딱 그건 거야, 뭔가를 기획하려고 하는 디자이너. 기획형 디자이너든 기획형 무엇무엇이든, 현재나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거지. 나는 거기서도 워크스 얘길 하면서,(웃음) 워크스는 우리랑 다르게 이걸 키워가지고 뭔가를 해본 애들이다, 우리랑 결이 완전 다르다, 그런 사람들을 모셔와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도 있어야 된다, 이런 말을 했어.

연정: 다음... 젊은 세대한테도 영향을 주고 싶어요?

도진: 내가?

다함: 이벤트로.

도진: 그런 목적이 뚜렷하게 있진 않았는데, 여하간 나는 내 위 세대를 관객층으로 상정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니까, 내 나이 또래나 아니면 더 어린 사람이 영향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하는 거니까 그런 얘기를 꺼낸 것 같기도 해요. 나만 그런가?

하림: 그래서 동화책 읽어주는 거 했잖아요. 진짜 어린 애들한테.

도진: 철희 기획이긴 한데.

연정: 소재 특성상 그래야 되는 게 맞는 것 같긴 해요.

하림: 신인아(오늘의풍경) 씨가 얘기해줬는데, 도어 투 아시아(DOOR to ASIA)에서 만난 사람이 디자이너로 일을 할 때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너무 어렵고 무시받는 느낌도 들고 되게 힘들었는데,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어린 아이들과 디자인 워크숍을 하는 거였대요. 초등학생들. 애플리케이션 뽑아내고 이런 걸 같이했더라고. 진짜로 아이들 교육을 이런 식으로 하는 사람도 있더라고.

도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본업이라고 하긴 좀 그래도 책이든 뭐든 그런 걸로 커뮤니케이션 하려고 하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백날 트위터에서 호모포빅 하지 말라고 말해봐야... 똥꼬 부채 지금 다시 만들어도 맨 처음 만들었을 때랑 똑같은 댓글이 달릴 거예요. 그런데 콘텐츠를 어떻게 보여주느냐,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 그것이 꾸준한가, 그에 대한 차이들이 계속 생기긴 하더라고. 이번 ‘더 라이브러리 이즈 오픈’에서 드랙퀸이 동화책 읽어주는 걸 닷페이스에서 촬영했는데요. 영상이랑 댓글 반응 보고 철희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했어요. 뭔가 무해하다는 느낌부터 시작해서 이게 다음 세대를 위한 어떤 것이라는 지점들이 생기면서 반응이 다 우호적이야.

하림: 욕할 수가 없는.

연정: 나는 그게 궁금했어. 그 동화책들이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거야?

철희: 퀴어 동화책들이었어.

하림: 모어 님이 이도진 에세이 읽을 때 자리에 없었는데 그렇게 좋았다면서요?

혜미: 울고 불고 했지 뭐.

도진: 그것도 그랬는데 정글 님이 동화책 읽어줄 때 진짜 너무 좋았어. 계속 울고. 그런 걸 너무 몰랐던 거지. 성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만 생각하다가 기획자로서 ‘이런 경험도 분명 필요한데’ 하는 생각이 딱 드는 순간이어서 너무 좋았어요.

연정: 그 기획은 진짜 좋았다. 정기적으로 해도 괜찮을 거 같아.

하림: 정글 님이 되게 잘 읽더라고.

혜미: 그러니까. 정글 씨가 진짜 잘했어. 너무 적절하게 잘했어.

철희: 전에 연극하셨대. 진짜 잘하셨어.

연정: 책을 보여주는 방식만이라도 리허설을 했더라면 되게 좋았을 것 같아. 아예 앞에 VCR을 둔다든지.

철희: 어렸을 때 보던 실물 화상기? 그런 게 있으면 제일 좋았을 것 같고.

하림: 맞아. 목소리만 들으니까 애들이 처음에 조금 지루해할 수 있을 것 같아.

혜미: 그림이랑 잘 보였으면. 나는 불편해 보여가지고 계속 신경 쓰였어.

철희: 정글 님 팔 아플까 봐. 근데 너무 다 괜찮다고 해주셔서. 천사야.

도진: 뭐 이야기는 대충 마무리... 이건 진짜 마지막인데 혹시 내년에 똑같은 방식으로 기금을 받으면 할 생각 있어요?(웃음)

혜미: 나는 할 생각이 있죠. 더 영리하게.

철희: 다음은 더 쉬울 것 같기도 하고.

도진: 만약 허브에서 연속 지원을 한다고 하면. 이번에 혜미가 너무 아쉬워가지고.

연정: 맞아 맞아 아쉬워요.

혜미: 워크스 같이 안 하면 안 할래. (모두 웃음)

연정: 지금은 말하기 어려운 거 아닌가? 하고 싶은 게 딱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연락이 온다거나 하면 키는 가지고 있는 게 좋죠.

철희: 키를 가지고 있다...(웃음)

도진: 제가 어필 해보겠습니다. 다음에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산 같은 것도 힘들게 안 할 것 같아. 아무튼... 알겠습니다.


*****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