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브

2017.11.16

어쩐지 궁금한 연구원의 하루하루 ⑵


다음은 아무도 궁금하지 않은 연구원의 하루하루다. 9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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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소목장 세미 공사 일을 도왔다. 연신내 인근. 오랜만에 수환 씨도 왔다. 사진 찍혔다...

9월 2일
헬리콥터 레코즈가 초청해 내한한 ‘선셋 롤러코스터(Sunset Rollercoaster)’의 공연을 보러 공중캠프에 갔다. 선셋 롤러코스터는 대만의 5인조 밴드인데 작년 발매한 EP 앨범 ‹Jinji Kikko›로 주목을 받았다. 나는 연주가 돌연 뚝 끊기는 노래 ‘My Jinji’의 말미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실제론 여운이 있었다. 공허함 같은. 나는 눈을 감고 음악을 듣다가 나중에는 계속 미러볼만 봤다. 다함 씨는 헬리콥터 레코즈 5주년 기념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축하! 좋은 밤이었다.

9월 3일
일요일 오후 프레클스에서 세 번째 햇빛학교 ‘아무거나 만들기’가 열렸다. 햇빛모직 ‘퀴어퍼레이드 카무플라주’를 원단 삼아 평소에 필요했거나 만들고 싶었던 물품을 직접 제작해보는 시간이었다. 보광동 인근에서 활동하는 재봉 전문가 이신소연 님이 강사로 도움을 주셨다. 나는 필통을 만들고 싶었는데, 첫 번째로 부딪힌 난관에 바로 굴복해 일찌감치 포기했다. 대신 옆방에서 도진 씨와 하이파이브 웹사이트 오픈을 준비했다. 해가 지고 밤이 될 때까지 오랜 시간 참가자들은 햇빛모직을 자르고 붙이고 꿰매 자신만의 주머니를 만들었다.

9월 4일
지난 달에 가장 처음으로 진행했던 프레클스 이도진 인터뷰 원고를 하이파이브 웹사이트에 올렸다. 제목은 도진 씨가 웹사이트 제작 시안 만들 때 썼던 말에서 가져왔다. 여하간 남 말을 옮기는 일이다.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이 되는데 계속한다.

9월 5일
소목장 세미 공사. 연신내 인근. 거의 마무리 단계인데 오늘은 지난 번에 칠했던 부분을 벗겨냈다. 새로 칠하기 위해서. 인생은 뭘까. 자주 우리는 했던 걸 지우고 또 다시 하고. 혜미 씨는 내 생각에 코인 노래방에 중독된 것 같다. 연신내에 코인 노래방이 아주 많다는 걸 알게 됐다.

9월 6일
햇빛서점 박철희 인터뷰 원고를 하이파이브 웹사이트에 올렸다. 섬네일 이미지를 두고 한참 고민하면서 철희 씨가 공책에 낙서하던 걸 떠올렸다. 남 낙서 보는 게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9월 7일
연정 씨, 철희 씨, 하림 씨랑 더북소사이어티 매니저 정아람 씨 만났다. 시청 인근. 아람 씨를 워크스가 기획 중인 프로그램 ‘우! 스쿨(WOO! SCHOOL)’과 햇빛서점이 기획 중인 프로그램 ‘책맞춤’의 북 코디네이터로 초청하기 위해. 우리는 우동을 먹고 근처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구성에 필요한 것들, 서로 신경 써야 할 부분, 일정 등을 점검했다. 나는 준비 과정을 두고 아람 씨를 인터뷰하기로. 철수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 보러 광화문 쪽으로 해서 집에 갔다.

9월 8일
소목장 세미 유혜미 인터뷰 원고를 하이파이브 웹사이트에 올렸다. 어떤 이유로 누락시킨 부분이 많은데, 언젠가 그것도 같이 보면 참 좋겠다. 아마 머지 않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아는 사람이야 다 알겠지만.

9월 11일
워크스 이연정, 이하림 인터뷰 원고를 하이파이브 웹사이트에 올렸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지만 이번에 워크스를 만나고 배울 점이 참 많은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이 배운 것 같다.

9월 13일
10월에 있을 협동 이벤트 공간을 체크할 겸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전체 회의를 가졌다. 구체적인 모양새와 동선 등을 따져 팀별 구획을 결정했다. 행사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당장 닥친 문제를 재빨리 해결하고 남은 일을 효율적으로 분배해야 한다. 행사 바로 전에 아주 긴 추석 연휴가 끼여 있으니 주의해서 계획 짤 것. 회의 마치고 혜미 씨가 일본에서 사온 과자 줬는데 정말 맛있었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9월 15일
밤 8시 보광동 워크스 작업실에서 우! 스쿨 회의를 했다. 페미니즘 도서 목록을 작성할 북 코디네이터 정아람 씨, 필사 프로그램을 구성할 그래픽 디자이너 김동신 씨, 여성 그래픽 디자이너 대담을 진행할 그래픽 디자이너 김소미 씨가 함께했다. 오새날 씨는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했다. 전체 프로그램에서 각자가 담당한 목표는 분명하니 중간 점검차 모인 것. 연정 씨와 하림 씨가 피자 시켜줬는데 저녁을 먹고 와서 얼마 못 먹었다. 왜 그랬을까. 이런저런 얘기가 이어지다 보니 12시가 다 돼서 끝이 났다.

9월 18일
프레클스에서 전체 회의 가졌다. 오프닝 파티 케이터링을 과자 연구소 ‘스위티시 카빙(Sweetish Carving)’에 의뢰하는 것으로 결정. 그리고 전시장 건물 외부 단장과 홍보 포스터 템플릿 제작을 철희 씨가 담당하는 것으로 결정. 팀별로 인포샵에서 판매할 굿즈 목록을 결정.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잘 진행하면 된다. 나는 전시 안내용 중철 책자에 들어갈 텍스트를 맡게 됐다. 오프닝 파티를 여는 변사 놀이 같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밤엔 박다함 인터뷰 원고를 하이파이브 웹사이트에 올렸다. 다함 씨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너무 많은 걸 혼자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이로써 다섯 팀 인터뷰를 완료했다.

9월 21일
스튜디오 콘크리트 담당자 분들과 전시 비주얼을 최종 공유하는 미팅이 있었다. 나는 편두통이 심해서 불참했다.

9월 23일
하이파이브에서 진행할 ‘우! 스쿨’ 관련해 여성 디자이너 정책 연구 모임 우(WOO) 모임이 스튜디오 콘크리트에서 있었다. 나는 또 불참.

9월 25일
모두 같이 점심을 먹고 프레클스에 모여 회의를 했다. 행사 전체 디자인 아이덴티티에 이어 포스터 관련 아이디어를 철희 씨에게 전해 듣고 피드백을 했다. 건물 바깥에는 다섯 색깔 춤 추는 바람 인형을 세워둘 예정이라고. 너무 좋았다.

9월 30일
프레클스에서 스위티시 카빙과 미팅을 했다. 하이파이브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그걸 기초로 본인의 작업을 해주십사 부탁했다. 팀 색깔이 분명하니 그걸 드러내고 뒤섞고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첫 번째. 관객이 쉽게 가져가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쿠키 형식이면 좋겠다는 게 두 번째. 기대가 됐다.

10월 2일
프레클스에서 전체 회의를 가졌다. 행사 타임 테이블과 공간 계획을 점검했다. 안내용 책자에 들어갈 텍스트는 낭독극 형식으로 정했다. 드랙퀸 모어 님이 읽을 예정. 이제 쓰기만 하면 됨. 회의 마치고 다함 씨와 우주만물에 가서 아시아 음악 관련 원고를 마지막으로 정리했다. 에디터로서 작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과정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됨.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10월 9일
프레클스에서 행사 전 마지막 전체 회의 했다. 당장 내일부터 설치 시작이니 발등에 불이 떨어짐. 밤에는 아람 씨 만나서 우! 스쿨 준비 과정에 대한 인터뷰를 간단하게 진행했다. 안국역. 스케이트보드 타고 나타난 사람과 치즈 케이크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10월 11일
소목장 세미 작업실에서 스튜디오 콘크리트로 집기를 운반하고 설치 일을 도왔다. 금방 밤이 됐다. 내일 오프닝 전까지 충분히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충 정리하고 다 같이 피자를 시켜 먹었다. 하와이안 피자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