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클스

2017.11.20

식충 쿠보탄 ASAP-호신술 워크숍 복습하기


2017년 10월 13일 금요일 오후 3시 ! (!)의 첫 번째 이벤트 ‘식충 쿠보탄 ASAP’가 열렸다.

‘식충 쿠보탄 ASAP’는 햇빛학교 두 번째 수업 식충 쿠보탄의 연장선에서 한국형 여성 호신술 ASAP를 익혀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스스로 만든 쿠보탄을 들고온 지난 햇빛학교 수강생을 포함해 십여 명의 신청자가 스튜디오 콘크리트 옥상에 모였다.

수업은 ASAP 강사 류운과 가는달의 지도에 따라 ASAP의 네 가지 기본 동작과 각 동작별 쿠보탄 활용법을 실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것들을 거칠게 요약하는 이 글은 수업에 참가했던 이에겐 되새김이, 수업에 참가하지 못했던 이에겐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

ASAP의 네 가지 기본 동작에 대해서는 «허프포스트 코리아»가 이미 자세히 다룬 바 있다(“지금 당장 바로 따라할 수 있는 ‘자기방어 호신술’ 4가지”, 곽상아). 해당 기사는 두 강사의 인터뷰와 영상 자료까지 담고 있으니 꼭 참고하길. ASAP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ASAP 관련 최신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수업의 바탕이 궁금하다면 하이파이브의 이전 게시글 “식충? 쿠보탄? ASAP?”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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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AP의 목표는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가져가는 것이다. 따라서 물리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비물리적인 대응을 포함한다. 예컨대 상대에게 어떤 말을 하면 좋을지, 상대를 향해 어떤 자세를 취하면 좋을지 등에 대한 매뉴얼이다.

ASAP의 네 가지 기본 동작은 ⑴밀기, ⑵당기기, ⑶비켜 돌기, ⑷주저앉기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동작’이 아니라 ‘힘을 내는 방식’이다.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있는 상태에서는 상대를 앞으로 밀거나 뒤로 끌어당겨 힘을 줄 수 있다. 대상이 크고 무거울 경우에는 부딪히기보다 피해야 하며, 평면적인 움직임이 어려울 경우에는 아래로 떨어져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야 한다. 본 수업에서는 이상 네 가지 힘 내기 방식을 연습하며 각각에 쿠보탄 응용법을 덧붙인다.



   준비 자세 

그에 앞서, 당장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무언가 거슬리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누군가 다가오는데, 아직 뭘 하진 않았지만, 불안함이 느껴질 때. 우리는 별일 아니길 바라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가 그 누군가가 돌발 행동을 하면 당황해서 대응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무술 유단자도 그걸 처리하기 쉽지 않다. 누가 나를 먼저 잡았다고 해서 공격을 가하면 과잉방위가 되는 한국 법률상의 문제도 있다.

우리의 제일 목표는 애초에 접촉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상 징후를 포착했다면 상대가 행위를 시작하기 전까지 상대와 나 사이의 거리를 떨어뜨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연습하기:

둘씩 짝을 지어 역할을 나눈다. 주변을 맴돌던 상대가 가까이 다가오면 한 걸음 물러나면서 “하지 마!”라고 외친다. 이때 양손을 펴서 눈높이로 든다. 싸우자는 게 아니라 네가 다가오는 걸 거부한다는 의사 표시다. 겁이 나지 않지만 싫으니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것. 적어도 두 걸음 정도 확보한 상태에서 상황을 연결해 나가거나 빨리 끊어버려야 한다.

이는 동시에 상대와 나 사이에 최소한의 장애물을 놓는 행위다. 손을 올린 상태에서는 상대가 나를 끌어안으려고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상대가 내게 다가오기 힘든 상황을 만든다고 생각하자. 두 팔을 살짝 접어놓고 있으면 다가오는 상대를 밀어낼 수 있다.



   ⑴밀기 

나보다 힘센 사람을 과연 밀어낼 수 있을까? 물리적인 구조를 활용하면 가능하다. 체중을 앞으로 끌어내기 위해 몸을 통나무라고 생각하자. 몸무게를 바닥과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연습하기:

⒜ 한 발을 보폭보다 길게 내딛으며 양팔을 앞으로 쭉 뻗어 내민다. 순간적으로 체중 전체를 앞으로 쏠리게 하는 것이다. 주의할 점 세 가지. 발과 다리부터 어깨까지를 일직선으로 만들어야 한다. 머리 역시 너무 세우지 않고 너무 숙이지 않고 일자로 놓는다. 고개를 돌리지 않고 앞으로 향한다.

⒝ 둘씩 짝을 지어 역할을 나눈다. 1이 다가오면, 2는 밀기 동작을 실시한다. 이때 상대를 막고 있던 팔을 살짝 위로 올려주면 쉽게 무게 중심을 무너뜨릴 수 있다. 상대의 턱이 가까운지 팔꿈치가 가까운지에 따라서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상대를 넘어뜨리려면 턱을 손잡이로 생각하고 밀자. 그게 아니라면 팔꿈치 사이로 지나쳐 멀어지자.


쿠보탄 응용법:

주머니에 넣고 다니거나 미리 꺼내 쥐고 있는 게 가장 좋다. 쥘 땐 검지에 고리를 끼우고 검지 라인에 맞춰 약간 비스듬하게 잡아준다. 준비 자세를 취해도 상대에게 쿠보탄이 보이지 않게끔 하는 것. 그 상태에서 상대가 다가오면 쿠보탄을 쥐고 동일하게 밀기 동작을 한다.



   ⑵당기기 

밀기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는데, 당기기는 몸을 뒤로 기울인다. 상대에게 손목을 잡혔을 때 순간적으로 힘을 이동시켜 중심을 잃게 한다.


연습하기:

⒜ 둘씩 짝을 지어 역할을 나눈다. 1은 밀기와 마찬가지로 몸을 통나무라고 생각하고 몸을 머리부터 뒤로 던지듯이 기울인다. 무서워서 엉덩이만 빼면 무게 중심은 하나도 바뀌지 않는다. 몸 전체 체중을 뒤로 옮겨야 한다. 2는 뒤에서 1의 등을 받쳐준다. 밀기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자.

⒝ 1이 2의 손목을 잡는다. 2는 상대의 팔과 자기 팔을 일직선으로 만들어 앞서 연습한 당기기 동작을 실시한다. 상대는 순간 중심을 잃고 딸려오거나 손을 놓는다. 이때 뒤로 걸어가면 걸어가는 만큼 힘이 커진다.


쿠보탄 응용법:

상대의 손목에 쿠보탄을 걸고 양손으로 누른다. 쿠보탄에 체중을 실어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압박한다.



   ⑶비켜 돌기 

상대가 손을 뻗고 달려들 때 걸음을 슬쩍 옆으로 옮겨 벗어나며 상대의 팔을 걷어낸다. 상대가 중심을 잃었을 땐 뭘 해도 좋다.


연습하기:

⒜ 구령에 맞춰 걸음을 옮기며 비켜 돈다. 왼쪽으로 피하고 싶으면 왼발을 움직인다. 시선은 정면에 두고 발을 구십도로 꺾으며 뒤꿈치부터 바닥에 붙인다.

⒝ 둘씩 짝을 지어 역할을 나눈다. 1이 다가오면 2는 비켜 돌기를 한다. 이때 손을 쭉 앞으로 밀어준다. 상대가 뻗고 있는 팔꿈치 쪽으로 나간다고 생각하자. 상대가 오른손을 뻗으면 왼쪽으로 돌며 왼손을 내민다. 상대가 강하게 잡으려고 할수록 더 강한 힘으로 내칠 수 있다.

상대가 중심을 잃어 몸이 가벼워졌을 땐 뭘 하더라도 먹혀든다. 충분히 비켜 돌았을 때 턱이 보이면 잡고 밀자. 턱만 잘 밀어도 충분히 넘어뜨릴 수 있다. 다리가 보이면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자.


쿠보탄 응용법:

당기기 동작에서 응용했던 것처럼 쿠보탄을 쥔 채 양손으로 누르거나 비켜 돌 때 누른다.



   ⑷주저앉기 

상대가 뒤에서 양팔로 껴안을 때 완력을 써서 빠져나오긴 힘들다. 이때 순간적으로 몸을 부풀려 틈을 만들고 주저앉아 빠져나온다.


연습하기:

⒜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뒤꿈치를 들고 몸을 최대한 부풀린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호흡을 멈추며 재빠르게 주저앉는다.

⒝ 둘씩 짝을 지어 역할을 나눈다. 1이 2를 뒤에서 끌어안는다. 2는 앞서 연습한 주저앉기 동작을 실시한다. 몸을 부풀려 상대의 팔이 벌어지며 틈이 생기면 순간적으로 주저앉는다. 도망가고자 하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힘을 주어 공간을 만들어준다.


쿠보탄 응용법:

상대가 뒤에서 껴안을 때 손목 뼈가 많이 나와 있는 부분에 쿠보탄을 걸고 체중 전체를 실어서 힘껏 눌러준다.



   쿠보탄 사용하기 

평소에 쿠보탄을 열쇠고리로 쓴다면, 상대가 다가올 때 쿠보탄을 쥐고 열쇠 부분을 휘두르자. 열쇠를 끼우지 않았다면, 손가락에 고리를 걸고 쿠보탄을 쌍절곤처럼 휘두르자. 다가오는 상대를 잠깐 멈칫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앞서 배운 동작별 쿠보탄 응용법에서 중요한 점은 힘을 꾸준하게 쓰는 것이다. 쿠보탄으로 일격을 가하는 게 아니라 상대 몸에 걸쳐놓고 쭉 밀어 넣는다고 생각하자. 쇄골, 갈비뼈, 손목 등 주로 뼈가 튀어나온 부분을 노린다.



   다음을 준비하기 

상황을 내가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항상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 방점이 찍혔다. 실습은 2시간 동안 매트 위로 패대기쳐진 ASAP 강사 류운 님과 가는달 님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참가자 한 분에게 실습을 마친 소감을 물었다.

왕한슬: “ASAP는 여성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힘이 아닌 테크닉으로 대처하는 몇 안 되는 기술이라고 알고 있어서 배우고 싶었어요. 얼마 전에 햇빛학교 워크숍에 참가해서 쿠보탄을 만들었는데, 마침 호신술 워크숍을 이어서 한다고 해서 기대하며 왔어요. 영상으로 보면서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걸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쿠보탄을 만들 때는 뾰족하게 깎으려고 노력했는데, 오늘 배운바 찌른다기보다 상대를 무력화시킨다는 점이 인상 깊었고요. 공격이라고만 생각해서 ‘다 죽이고 올게’ 이랬는데.(웃음) 그리고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손에 쥐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 그것도 배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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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진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