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브

2017.11.09

하이파이브! (짝!) 전시장 둘러보기!


! (!)의 전시 공간은 멤버 모두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특히 스튜디오 콘크리트 외부 단장을 맡은 햇빛서점 박철희와 내부 집기 제작을 맡은 소목장 세미 유혜미의 귀여운 디자인이 빛을 발했다. 보기만 해도 하이파이브를 나눈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곳에 다시 가보자. 멀리서 우리를 반기는 것은 옥상에서 춤을 추는 바람 풍선이다. 저것은 손바닥인가? 사방팔방으로 터지는 에너지인가? 다섯 색깔 거대 풍선이 동시에 작동하면 정말 아무도 길을 잃을 수 없다. 가까이 다가가면 유리창에 붙은 다섯 색깔 하이파이브 자국이 보인다. (짝!) (짝!) (짝!) (짝!) (짝!) 보광동 골목길 발라드 가수의 노랫말을 그냥 지나치지 말길.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

문을 열면 익숙한 말이 보인다. 그래, 알아도 다시 한번 읽어볼까? “하이파이브는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워크스, 햇빛서점, 프레클스, 소목장 세미, 박다함의 공동 프로젝트다. 이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혹은 일시적인 협력 지점에서 참가자를 불러 모으는 이벤트를 따로 또 같이 펼친다. 그 시간들은 저마다의 색깔처럼 제각각일 테지만, 다섯 팀은 어떤 식으로든 서로 손뼉을 마주치게 된다.”

다섯 팀의 굿즈가 진열된 인포샵은 각 이벤트로 접속하는 입구이자 하나뿐인 출구다. 인포샵 앞으로 펼쳐진 풍경은 그 시각 그곳을 지킨 사람만 알고 있다. 사실 그렇진 않은 게, 소목장 세미가 제작한 스테이지와 디제이 덱 그리고 다섯 빛깔 조명만 살펴봐도 여기서 벌어진 일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조그마한 크기로 한구석을 장악해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스테이지. 키시노 유이치·히데키 야치·사카타 리츠코에게 헌정하는 디제이 덱. 다섯 개의 발로 아름답게 서서 묘한 색을 내는 조명. 이제 이것들을 연산해보라.

2층으로 올라가면, 우리는 우리를 마주보는 시선들에 사로잡힌다. ‘비체’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답을 하려거든 일단 이 앞에 잠시만 있어보는 게 어떨까? 같은 자리에서 뒤를 돌아보자. 우리가 무심코 오른 계단 위에 전시된 소목장 세미의 모범적 의자가 보인다. 당장 뛰어올라 (착!) 앉고 싶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그럴 수 없다.

2층은 두 개의 방으로 나뉜다. 주황색 깃발이 걸린 첫 번째 방은 WOO! SCHOOL의 BOOK CLUB이다. 이곳은 말하자면 페미니즘과 퀴어를 이야기하는 도서관이다. 소목장 세미가 제작한 이동식 책장이 120여 권의 책들을 안전하게 담고 있다. 책장은 크기가 다른 책들을 고려해 다양한 수납 공간을 가지며, 필요에 따라 매번 다른 모양새로 변신한다. 또한 책을 읽으며 마음이 동한 구절을 필사할 수 있는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 우리가 고른 문장이 차곡차곡 한데 쌓인다.

두 번째 방에는 노란 빛을 발하는 십자가가 놓여 있다. 십자가를 받치는 입술과 하트와 새와 태양과 유대의 별. 말 그대로, 우리가 보는 것이 우리가 보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십자가는 노란 책들로 빼곡한데, 그것은 햇빛 총서 제1권 «목사 아들 게이»다. 아버지를 목사로 둔 게이 다섯 명의 이야기로, 이 작은 책은 그들의 삶을 ‘세상’에 드러낸다. 마주보는 벽면에는 표지 그림인 히로카와 다케시의 판화가 걸려 있다. 여기서 기도를 드리자! 홀리하거나, 호니하거나, 아멘…

벌써 한 달이 흘렀다. 이곳을 둘러본 이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돌아갔는지 알 순 없다. 다만 나는 계속해서 시계를 돌릴 뿐이다. 자, 다음은 각각의 공간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짚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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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진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