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다함

2017.09.18

다음 스테이지가 열리는 기분-박다함과의 대화


다음은 얼마 전 박다함과 메신저로 나눈 대화의 일부다.

23:24 dm ㅇㅇ 뭐 나도
23:25 dm 요즘에야 좀 어디론가
23:25 dm 진입한 거 같은 느낌임

23:51 dm ㅇㅇ
23:51 dm 나쁘지 않음
23:51 dm 나한테는 다음 스테이지가
23:51 dm 열리고 잇으니깐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현실 인간에게도 스테이지 같은 게 존재할 수 있다니… 그게 열리고 있다니… 박다함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동시에 나는 단서를 찾아낸 탐정처럼 펜 뚜껑을 물어뜯으며 민첩하게 인터뷰를 신청했다(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며칠 후 우리는 퇴근 시간 이미 어둠이 내린 을지로에서 접선했다. 박다함은 나를 보자마자 체크할 데가 있으니 따라오라고 했다. 그곳은 성대 앞의 한 중국집으로 입구부터 기운이 범상치 않았다. 원앙 샤브, 우리집 물만두, 스코틀랜드 국수…? 눈을 비비자 자동문이 스르륵 열렸다. 이곳이라면 다음 스테이지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중국 가요가 울려퍼지는 홀 한가운데서 우리는 스코틀랜드 국수를 나눠 먹었다. 박다함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훠거가 맛있는 곳 같다는 말을 반복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스코틀랜드 국수는 중국의 유명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유래한 것으로, 스코틀랜드를 소재로 이루어지는 꽁트에서 스코틀랜드 국수가 언급되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 중국 지식백과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국수는 스코틀랜드 돼지와 스코틀랜드 버섯, 스코틀랜드 전분과 스코틀랜드 계란 등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니, 우리가 먹은 국수는 엄밀히 말하자면 스코틀랜드 국수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


Q: 최근에 인터뷰 거의 안 했다고 했잖아요.

다함: 한국말로 한 인터뷰는 없고 중국 가서 했네요. 흐하하하.

Q: 찾아보니까 진득하게 얘기했던 건 ‘공공그라운드’ 사전 인터뷰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더라고요. 그 이후의 근황을 업데이트하면 어떨까 싶어요. 그 전에 다함 씨가 스스로를 소개하는 말을 들려주세요.

다함: 얼마 전에 실수로 프로필을 잘못 보냈는데 “문래동의 로라이즈를 친구들과 운영하며 자립음악생산조합 멤버로 활동 중”이라는 말로 끝나요.(웃음) 심지어 ‘닻올림픽’ 1회 참여할 때 그 프로필이 너무 어색해서 뜯어고쳐야지 맘먹고 ‘서브컬쳐: 성난젊음’ 전시에서 바꾼 건데… 인디 레이블 헬리콥터 레코즈 운영자, 노이즈 뮤지션, 공연 기획자, 따옴표 치고 “궁금하면 체크를 합니다”로요. 요즘 생각은, 그냥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합니다”로 정리하는 게 제일 나은 것 같아요.

Q: 그러면, 아까 말했던 2014년 이후의 타임라인을 간략히 되짚어보면 좋겠어요.

다함: 공공그라운드를 떠올려보면, 애매했죠. 두리반도 끝났고 로라이즈도 끝났고 붕 떠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리고 어쨌든 헬리콥터 레코즈로 딱히 할 얘기가 있던 것도 아니었고. 웃긴 건 그 다음 날 일본에 갔는데요. 투어였는지 뭐였는지… 그 시점 이후로 일본 활동이 많아진 건 사실이죠.

Q: 그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요? 일본 활동 폭을 넓힐 계획이라고.

다함: 진짜 헛소리 많이 했네요.(웃음) 비지니스적인 확장은 절대 아니고, 지금도 물론 그럴 생각은 없고. 중요한 사람이나 관심 가는 사람의 활동을 소개할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던 거지. 그렇게 말했다고 하니까 되게 이상하네 진짜.(웃음)

Q: 제 기억이 잘못된 걸 수도 있어요.

다함: 아냐, 그런 말을 했을 거라는 생각도 해. (????) 그 당시 타임라인을 보려면… 그냥 ‘스몰쇼 인 서울’ 봐야지 별 수가 없다. 14년이면 이미 뭔가 다른 걸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분명히. (홈페이지 뒤적거리는 중)

Q: 디제이 시작한 게 그 무렵 아니에요?

다함: (클릭) 훨씬 전이에요. 그건 진짜 엉망진창. DJ Pepperoni Pizza로 활동했을 땐데, ‘피자 파티’라고 이상한 걸 하면서. (클릭) (클릭)

Q: 혜미 씨랑도 그 얘기했어요.

다함: 응. 왜냐하면 그게 모두한테 영향을 끼쳤거든요. 2013년쯤 문래동의 어떤 공간을 하루 동안 쓸 수 있게 됐어요. 거길 홍보하는 조건으로. 3층 건물이었고 옆에 여관이 있었는데, 그때는 ‘와 여관이니까 시끄럽게 해도 되겠지?’ 하고 깽판 쳤죠.(웃음) 거기서 ‘월세100만원’ 파티를 시작한 거예요. 입장료는 오천 원 아니면 피자 한 판. 근데 진짜 맛없는 거 사오고,(웃음) 제대로 된 피자 사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 피자빵 사오는 인간도 있었고.

아무튼 흐름 자체가 밴드 음악에서 자연스럽게 디제이로 바뀌던 시기였죠. 그리고 사실 밴드 공연을 기획하면 물리적으로 할 일이 너무 많은 거예요. 공연 시간만큼 리허설도 해야 되지, 시간이 딱 정해져 있으니까 관객 입장에서도 마음을 먹고 와야 되지. 여러 가지를 생각했을 때 그냥 파티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어요. 기본적으로 길게 하니까 아무 때나 와도 상관없잖아요. 아는 디제이가 많지 않으니 주변 친구들에게 음악을 틀게 한 거고요.

2014년에는 우연찮게 ‘페스티벌 봄’에서 일을 하게 됐는데, ‘아시안 뮤직 파티’를 열게 된 계기죠. 또 ‘미친다(oyoboshi)’를 시작했고요. 그때는 이걸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몰라서 안 했던 것 같은데, 뭘 계속 하고 있었네요. 그러면서 2015년에 ‘신도시’가 생겼고, 8월 6일에 처음으로 ‘노클럽’을 했고.

Q: 과도기 비슷했네요?

다함: 그렇죠. 다음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던 타이밍이긴 하죠. 우어우엉~ (????) 계속 밴드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헬리콥터 레코즈는 테이프만 냈고. 그 흐름이 맞다고 생각하면 계속 그쪽으로 가는 것 같아. 어떻게 보면 되게 정체될 수 있는 시기였는데, 여기까지 왔네요.

Q: 그러면 그 변화에 대해서 좀 더 말해줄 수 있어요? 밴드 음악에서 디제이 파티로 넘어간 거나, 헬리콥터 레코즈에서 내는 음악이 달라진 거나, 개연성이 있는 것 같은데.

다함: 사실 다 연결되는 건데, 2000년대에서 10년대 초반에 ‘피치포크(Pitchfork)’라는 힙스터 온라인 리뷰 매체가 모두를 장악했어요. 심지어 아케이드 파이어 공연을 피치포크랑 유튜브가 생중계를 했단 말이야. 그때는 유튜브 라이브가 지금처럼 흔한 개념이 아니어서 오…(웃음) 하면서 놀랐죠. 그랬던 것이 그냥 자연스럽게 죽었어요. 그러면서 다들 인식했던 것 같아요. 이 흐름 자체가 소용이 없구나. ‘우리 자리가 아니구나’ 하고.

왠지 모르겠는데 그 시기가 굉장히 빠르게 흘러간 다음에, ‘보일러룸(BOILER ROOM)’ 같은 게 눈에 띄기 시작하고. 보일러룸은 리뷰 매체는 아니고 디제이들이 디제잉하는 걸 아카이빙하고 방송하는 사이트예요. 지금 또 되게 커졌죠. 그쪽으로 관심사가 넘어가면서 정세현 씨랑 저랑 케잌샵 가고. 갈 일이 없었는데, 이런 흐름을 체크하기 시작하면서 ‘이게 재밌네’ 확인하는 순간부터 계속 거기 있었던 것 같아요.

헬리콥터 레코즈도 비슷하지. 원래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고 싶은 사람이 없으니까 맞는 밴드만 내고. 그리고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워낙 헬리콥터 레코즈 자체가 홍대 신에서 활동하는 레이블이 아니니까. 개인 프로젝트의 확장판 같은 거죠. 저랑 뮤지션이 일대일로 한 앨범 내는. 2014년부터는 1년에 한두 개 냈나? 이번이 22번째니까 5년 동안 1년에 평균 4개를 내긴 했네요. 답이 됐나요? 몰락하는 거에 대해선 딱히…

Q: 몰락인가.(웃음)

다함: 뭐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있어서.(웃음) 그렇네요. 막상 타임라인 정리하려고 보니까 내 안에서 그게 다 꼬여 있었어.


   박다함, DJ ㅇㅇ가 되다 

Q: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어쨌든 지금 활발히 활동 중인 DJ ㅇㅇ의 맥락에 대해서 궁금해지긴 하네요. ‘노클럽’은 어떻게 시작했어요?

다함: ‘노뮤직(NO MUSIC)’이나 ‘노클럽(NO CLUB)’ 같은 경우도 피자 파티처럼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음악을 틀게 된 건데요. 이미 케잌샵 같은 데는 거기 색깔에 맞는 정해진 음악 틀고 있으니까, 우리한테 맞는 공간인 신도시에서 한 거고. 원래 클럽에는 레지던시 디제이라고 연습하면서 정기적으로 트는 디제이가 있는데, 우리가 신도시의 레지던시 디제이처럼 해보자 했죠. 서로 계속 커가면서 이렇게 2년이 됐네요. 지금도 비슷한 것 같아요. 디제이로서 음악을 트는 공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면이 있죠. 그 공간이 어떤 성격을 가지느냐, 아니면 그 공간이 원래 어떤 음악을 주로 취급하느냐. 가끔 진짜 고민돼요.

Q: 언제가 제일 재밌어요?

다함: 여러 가지 상황이 있는 것 같은데요. 처음에 세현 씨가 >스엠< 틀었을 때… 사실 세현 씨는 어떤 상황에 들어맞는 걸 만드는 데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에요. 한국적인 것이랄까? ‘404’도 그런 경우였고. ‘내가 한국에서 한국말로 노래 부르는 밴드를 할 때 뭐가 제일 잘 어울릴까?’ 세계에 자신을 위치시킬 때 어느 지점이 가장 잘 맞을지 고민하는 거죠. 저는 약간 무국적인 음악을 틀거나 아예 맛탱이 간 음악을 틀 때 그냥 그게 좋은데. 세현 씨가 스엠 틀 때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소녀시대 노래가 의외의 장소에서 플레이된 다음에 파티나 페스티벌에서 틀어졌을 때도 사람들한테 그 순간과 기억이 복기되고 공유되는 것, 그런 게 재밌어요. 그리고 사실… 관객 나가는 거 볼 때가 너무 좋죠.

Q: 관객 나가는 게 제일 재밌어요?(웃음)

다함: 으하하. 왜냐하면 제 순서는 언제나 마지막이기 때문에.

Q: 집에 보내는 디제이네.

다함: 저는 그게 너무 좋습니다…

Q: 주로 어떤 음악 틀어요? 때마다 다르겠지만.

다함: “상황에 맞게 틉니다”라고 소개하긴 해요. 시티팝을 틀 때도 있고, 되게 시끄럽거나 이국적인 음악을 틀 때도 있고, 다른 디제이 음악에 맞춰 틀 때도 있고, 그거랑 상관없이 내 길 갈 때도 있고. 예를 들어 세현 씨가 스엠을 틀면, 내 라이브러리에서 사람들이 계속 플로어에 남게 하고 춤을 추게 만들 수 있는 음악은 시티팝밖에 없기 때문에 시티팝을 틀 때가 많아. 경험이에요. 음악도 틀어보면 어떤 상황에 따라서 깨닫는 게 있어요. 케익샵 같은 데선 틀어본 적이 없어서 아직 모르겠지만.(웃음)

Q: ‘주고 받기 놀이’ 경우는 어때요?

다함: 처음에 신보연 씨가 우정국에서 하는 ‘포스트 사이드(POST SIDE)’에 참가하라고 제안을 했어요. 그 당시에 음악을 이상하게 듣고 있는 사람 중 하나가 용녀 씨였는데, 막연히 같이 B2B를 하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죠. 둘이 비슷한 면이 있으면서도 또 달라서. 녹음은 편하게 했어요. 약간 긴장하는 면도 있고. 둘은 재밌는데 반응이 없어서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하는 고민이 있고요.

Q: 이번에 또 했길래.

다함: 비슷해요. 헬리콥터 레코즈가 움직이는 방식이. ‘언리미티드 에디션’이나 ‘레코드페어’에 맞추는 면도 있죠. 능동성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때마다 필요가 있어서 진행할 수 있는 게 다행인가 싶고. 주고 받기 놀이도 포스트 사이드 할 때마다 해보자고 해서.

Q: 그게 좋은 것일 수도 있겠고요.

다함: 그렇죠. 어색하지 않은 아이디어와 적당한 기회가 겹치면 제일 좋죠.

Q: 요즘도 잠자리에 누워 서울 신을 바라보나요?

다함: 관심 없는데… 그냥 그런 것 같아요. 서울에는 만날 수 있을 때 만나는 사람들이 있죠. 이번 ‘하이파이브’처럼 평소에는 떨어져 있던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돌아갈 때가 있는데, 그게 재밌는 거 같아요.

Q: 재밌어요?


다함: 대만이나 일본이나 이것저것 비교해봤을 때, 서울은 서울만의 재밌는 점이 있죠. 빨리빨리 문화나.(웃음) 언제나 느끼지만 공장이나 시스템이나 진짜 빠르잖아요. 이벤트 하루 전날 홍보해서 백 명 모이는 것도 신기하고. SNS 열심히 하고. 다른 데 비해서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자주 일어나는 데가 한국이라서. 미친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박다함, 아시아 음악에 빠지다 

Q: ‘아시안 뮤직 파티’를 세네 번 했죠? 시작한 계기는 어떻게 돼요?

다함: 어제 생각해봤는데, 시작 포인트가 2013년이에요. 그해 404 투어로 일본에 한 달을 가 있었어요. 도쿄의 동쪽, 서울로 치면 강동구 같은 야히로라는 지역에서 계속 묵었어요. 음악가랑 미술가 셋이 사는 ‘하이티’라는 이름의 셰어하우스이자 오픈 스페이스에서 방이 남는다고 저희한테 내줬거든요. 돌아오기 전날 이 친구들이 갑자기 파티를 만들었는데, 제목이 ‘세계우주음악친구’였어요. 거기서 아시안 뮤직 파티의 첫 게스트가 된 Soi 48을 만났고, 나중에 많은 도움을 받게 된 키시노 유이치(Kishino Yuichi) 씨도 나가오카 유스케(Nagaoka Yusuke) 씨도 우연히 만나게 됐죠.

그때 키시노 유이치 씨가 ‘서브라임 프리퀀시(SUBLIME FREQUENCIES)’라는 미국 레이블의 디제이를 데려오는 파티를 열기 바로 직전이라 그 얘기를 저한테 되게 많이 했어요. 그 레이블은 세계 음악을 디깅해서 재발매하는 덴데, 미국에도 이렇게 아시아 음악과 세계 음악을 파는 사람이 있다고. 많이 놀랐고 저도 그길로 시작했죠. 또 관심이 생기면 쭉 파는 편이잖아요. 그 다음에 언제가 좋을까 하다가 2015년 페스티벌 봄을 통해 기회가 생겨서 곧바로 진행했죠. 마음 먹고 있던 Soi 48을 불러왔고요. 그게 처음이었어요.

Q: 어떤 지점을 고민했나요?

다함: 같이 세울 만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 당시에 하세가와 요헤이 씨가 일본 디스크유니온의 출판사인 ‘DU BOOKS’에서 책을 냈더라고요. «고고! 대한 록 탐방기»라고 한국어로도 번역돼서 나왔고요. 맥락이 맞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DJ Soulscape는 디제이나 리스너 사이에선 전설이 된 ‘더 사운드 오브 서울(the sound of seoul)’이라는 믹스 시디를 낸 사람인데요. 또 뭔가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요. 그렇게 셋을 불렀죠. 하세가와 요헤이의 국적 표시는 “일본/한국”으로.

그 다음 파티에도 마찬가지로 한국 음악을 꾸준히 파는 사람들을 모았어요. 영몬드 씨, 용녀 씨. 영몬드 씨는 특이한 게, 한국 레게 음악에 대해 파고 있어요. 한국에 레게가 어떻게 수입됐고 어떻게 다시 활용됐나 하는 걸. 용녀 씨는 워낙 이상한 음악 많이 파고 아시아 음악에 관심도 많고 하니까. 아시안 뮤직 파티는 기본적으로 아시아 음악에 대해서 폭넓게 소개하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좀 더 다양한 창구를 통해서 더 많이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Q: 지금 수준에선 파티가 가장 적당한 방식?

다함: 2015년에 Soi 48 초청했을 때 헬리콥터 레코즈에서 한국 버전 믹스 시디를 발매하기도 했어요. 파티에 못 온 사람은 기억할 수가 없으니까. 헬리콥터 레코즈가 그런 이유로 시작했던 거고요. 하여튼 음악 소개하는 방식을 계속해서 고민하는 편이에요. 어떻게 해야 정확하고 적합할지.

Q: 지큐 8월호 기획 기사를 읽었는데요. 일본의 공연 기획자 타케후미 미야자키(Takefumi Miyazaki) 씨가 오토모 요시히데(Otomo Yoshihide) 씨의 ‘앙상블 아시아’를 언급하던데, 아시안 뮤직 파티랑 맥락이 비슷한 건가요?

다함: 추구하는 방향이 좀 다를 수 있어요. 오토모 요시히데 씨는 3.11 이후로 ‘프로젝트 후쿠시마’라는 음악 프로젝트를 했고, 또 아시아를 돌면서 전통 음악가나 현대 음악가를 만나고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매년 ‘아시아 미팅 페스티벌’이라는 것도 열고요. 오토모 씨 자체는 되게 좋은 음악가예요. 진짜 거대한 사람이라서 딱히 설명할 수 없어. 지금도 실험 음악가로 활동하면서 작곡도 많이 하고, 영화 음악도 많이 하고.

Q: 다함 씨가 주목하는 아시안 뮤직은 어떤 게 있나요?

다함: 원래 관심이 가던 곳은 중국이었어요. 옛날에 펑크 음악을 좋아했는데 중국에 펑크 밴드가 많다는 걸 들어서 궁금했거든요. 작년에 중국 갔다 와서 느낀 점은 거기도 밴드 음악 다 죽었다는 거.(웃음) 중요한 클럽들이 다 로라이즈랑 비슷한 시기에 문을 닫고.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아시아에도 그런 시간이 공유되더라고요. “좋았던 시기가 언제니?” 물으면 다들 “음… 지나갔지…”.(웃음) “우리도 그랬어. 그럼 뭐가 재밌어?” 하면 아예 없거나 재밌어하던 친구들이 갑자기 사라졌거나.

지금은 대만이에요. 왜 갑자기 대만에 빠졌지? 처음엔 관심이 없었는데 어쩌다 ‘스킵스킵벤벤(SKIP SKIP BEN BEN)’이라는 밴드의 음악을 듣고 ‘오 대만에도 뭔가 있네’라는 느낌이 왔어요. 어느 순간 인스타그램에서도 대만 친구들이 눈에 띄었고, ‘Forests’라는 밴드가 성향이 맞는 친구들을 모아 ‘Nowhere’라는 파티를 만드는 모습도 보였어요. 여기와 비슷하면서도 자기만의 것을 하고 있다는 게 확인되는 순간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일본 사람들이 대만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음악 말고 여행 같은 걸로. 대만에 뭐가 있길래 사람들이 저렇게 좋아할까 궁금해서 갈까 말까 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낫빅이슈(NOT BIG ISSUE)’라는 페어에 초대를 받은 거예요. 언리미티드 에디션보다 약간 거친 느낌의 마켓이었어요.

Q: ‘진스터 개더링(Zinester Gathering)’ 느낌인가.

다함: 그쵸. 그 쪽이 더 세지만.(웃음) 흥미로운 사람을 많이 만났어요. 대만은 이런 신이고 이런 재미가 있구나 했지만, 그 친구들 말은 대만 인디 음악 그렇게 재미없다고. 실제로 인디 음악을 유통할 수 있는 레코드 가게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천천히 시도하려고 해요. 이번에 선셋 롤러코스터를 불러오는데, 만약 교류하고 싶은 밴드가 또 생기면 그런 기회를 만들어봐야죠.

그리고 올해 안에 인도네시아에 가고 싶은데 언제가 좋을지 아직 포인트를 못 잡고 있어요. 우선 9월에 우정국에서 ‘에이 - 멜팅 팟’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대만, 중국, 인도네시아의 키 퍼슨(key person) 세 명을 부르는데 일종의 ‘성난 젊음’ 같은 복합적인 프로그램이 될 거예요. 기본적으로 이들의 최근 5년 사이의 활동을 전시로 보여주고, 더 과거 얘기는 토크에서 풀고, 관련된 다큐멘터리 상영하고, 연주도 하고.

사실 저는 흥미로운 포인트가 없는 음악은 못 들어요. 관심 있는 쪽은 실험 음악이거나 센 음악인데, 또 그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세상이 좁아서 서로 다 알고 있더라고요. 이 세 분도 어떻게 보면 저랑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연주자이면서 기획자이면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소개하는 게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 거죠.

Q: 아시안 뮤직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굉장히 다양한 레이어를 보여주는 거네요.

다함: 어. 그래서 사람들이 엄청 혼동할 거야. 어떤 사람들은 선셋 롤러코스터 보고 ‘와~ 우정국도 가야지~’ 했는데, 쿵쾅쿵쾅쾅쾅 노이즈 하고 있으면 존나 도망갈 수도 있고.(웃음) 근데 사실 그게 내 활동의 정체성인 것 같아요. ‘전자양’ 보러 왔는데 ‘불길한 저음’ 나오고 이럴 때부터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했으니까. 제 역할이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글로 사람들을 홀릴 수도 있겠지만, 직접 와서 보는 순간 경험의 폭이 넓어지는 게 있잖아요? ‘그럴 수만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아주 작은 생각이 언제나 마음 한편에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죠. 가능할 때. 너무 억지스럽지 않게.


   박다함, 하이파이브를 하다 

Q: 일이나 활동에서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하이파이브’에 바로 대입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다함: 하고 싶지만 예산이 없어서 못 하는 프로그램의 리스트는 머릿속에 항상 있어요. 기회가 닿을 때 밀린 숙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거죠. ‘하이파이브’에 대해서 처음 들었을 땐 지원금을 받는 프로젝트니까 마냥 쉽진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도진 씨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된다고 했는데, 그건 또 싫은 거예요. 다섯 팀의 결이 잘 맞을 것인지, 나만 튀지 않을지, 각 프로그램이 한 공간에서 어떻게 유기적으로 돌아갈 것인지를 고려하면서 협업 지점도 만들고 분위기가 어우러지는 쪽으로 기획을 했죠. 관계에 대해서는 생각이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신뢰도 언제나 중요한 것 같고. 어떤 사람을 알게 되면 이 사람과 어디까지 일할 수 있고 그런 걸 많이 고민하는 편이에요.

Q: 하이파이브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가요?

다함: 앞서 키시노 유이치라는 아저씨 얘기를 잠깐 했잖아요. 맛탱이 간 사람이고 음악에 대해서 굉장히 박학다식해요. 그분과 같이 대만 음악을 파며 활동하는 디제이가 두 명 더 있어요. 히데키 야치(Hideki Yachi) 씨와 리츠코 사카타(Ritsuko Sakata) 씨. 이번에 그 삼인방을 초청했어요. 그리고 키시노 유이치가 운영하는 레이블에 ‘해초자매’라는 밴드가 있는데, 이번 아시안 뮤직 파티로 엮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지금은 한국 라인업을 고민하고 있는 상태예요. 그리고 대만 삼인조가 냈던 ‘A Night in Taipei’라는 믹스 시디가 지금 일본에서도 품절인 상태인데, 이번에 한국반으로 재발매하려는 계획이고요.

Q: 해초자매와 타이페이 트리오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해줄수 있나요?

다함: 해초자매 같은 경우는 사실 연주를 되게 잘해서 경음악 마니아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그냥 경음악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쇼와 시대풍 음악을 자기 스타일로 만들어내는 게 좀 신기하죠. 라이브로 본다면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왜 이런 음악을 연주하는지.

대만 삼인조는 볼 때마다 ‘파는 포인트가 다르구나’ 싶은 부분이 확실히 있어요. 대만 음악에 대해서 파고 들어간 장르가 각각 달라서 재밌어요. 유이치 씨는 60~70년대 가라지 음악이나 여자 그룹들, 야치 씨는 80~90년대 음악, 사카타 씨는 좀 더 다른. 사실 예전에 용녀 씨랑 우연히 오사카에서 했던 발매 파티를 갔었는데, 거의 못 알아들었지만 어떤 가게에 가서 어떤 음악을 팠고 어떤 레코드를 사왔고 그런 얘기를 했던 걸로 기억해요. 대체 무슨 매력을 느껴가지고 대만까지 가서 저렇게 음악을 파기 시작했을까… 계속 궁금하고 신기했던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공통 질문이 있는데, 하이파이브를 통해서 기대하는 게 있다면?

다함: 모르겠어요. 저는 지금 계속 변화 시점에 있는 상황이라서. 아시아 음악에 관심을 갖고 소개하게 된 게 다른 사람 눈에 보일지 모르겠지만, 올해가 저한테는 본격적인 시작점이에요. 곧 선셋 롤러코스터 공연 있고, ACC에서 강연 있고, ‘에이 - 멜팅 팟’ 있고, 10월에 하이파이브 있고, 계속 하잖아요. 이 시기에 의미 부여를 하자면… 최근에 어떤 시디를 하나 샀는데, 알고 보니까 일본에서 세계 음악을 파던 미친 사람의 것이더라고요. 음악을 소개하는 사람이자 평론가로 시디랑 컴필레이션을 많이 냈어요. 확실히 음악을 그냥 듣는다기보다는 연구를 하고 파고드는 스타일 같았어요. 저도 ‘취향에 기대지 않으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이게 기점이 된다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이파이브를 하기로 하면서 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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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Yokohama Jun, ⑵⑶⑼Donghyeok Shin, ⑹Sehyun Chung, ⑺Swan Park, ⑻Dozen Lee, ⑽⑾KaisouShim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