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스

2017.09.11

인생은 시소게임-이연정·이하림과의 대화


1953년 세계 과학소설 대회에서 과학소설 작가 테드 스터전은 이렇게 연설했다. “과학소설의 90퍼센트는 쓰레기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의 90퍼센트는 쓰레기입니다.” 철학자 대니얼 데닛은 이를 덜 고상하게 표현했다. “뭐든지 90퍼센트는 똥이다.” 이 법칙은 어디든 적용할 수 있다. 일이 손에 안 잡히는 월요일… 오늘의 90퍼센트는 똥이다. 맞아, 반박할 수 없는 사실. 그리고 그 똥의 90퍼센트는 ‘일’ 때문이겠지. 가만, 맞는 얘기지만 이건 스터전 법칙이 아니잖아. 정정한다. 모든 일의 90퍼센트가 똥이다. 일이란 게 그렇지. 그럼 나머지 10퍼센트는? 금인가?

나머지 10퍼센트는 우리의 욕망이 투영되는 자리다. 그것은 자주 변하기도 하고 아주 공고한 것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나머지’라고 해서 저절로 얻어지진 않는다. 똥의 공격으로부터 지켜내야 한다. 그것은 처절한 싸움이다. 참패를 거듭하면서도 우리는 다시 10퍼센트에 집착하고. 왜? 왜 이렇게 힘들지? 내가 욕심내는 걸까? 속 편한 고민일까? 그런데 10이란 숫자는 누가 정했지? 스터전…? 답이 보이지 않는 물음에 물려 있을 무렵 워크스(WORKS)를 만났다. 나는 그들이 유능하다는 것만 알았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모순을 안고 균형 찾기. 대화를 복기하니 우리는 그러한 접점에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었다. 가만, 하이파이브,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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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평소에 워크스를 어떻게 소개하시나요?

연정: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사업으로 ‘과자전’이라는 과자 전시(exhibition)를 만들고 있는 팀이에요. 소규모 개인 창작자의 작업물을 판매하는 가게를 4년 동안 운영했어요. 원래는 그 내용까지 포함해 세 가지 일을 한다고 소개했는데, 1년 전부터 가게 운영을 중단하고 지금은 공간을 저희 스튜디오로만 사용하고 있어요. ‘워크스 인 프로세스(WORKS IN PROCESS)’라는 제목으로 한 작가의 작업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간간히 진행하고요.

Q: 홈페이지를 보니까 작업들이 굉장히 다양하더라고요. 하는 일의 갈래를 나눌 수 있나요?

연정: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클라이언트 잡과 전시 혹은 커미션 작업. 홈페이지에선 그걸 딱히 구분하지 않고 드러내요. 초반에는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작업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클라이언트 잡이 더 많아요.

하림: 클라이언트 잡은 보통 브랜딩 디자인 위주로 하고 있어요. 포스터나 웹사이트 디자인도 해요.

Q: 작업량이 엄청 많은 것 같아요. 역할 구분 같은 게 있나요? 그래픽 디자인 잡만 하는 건 아니니까.

하림: 디자인 스튜디오는 저희 둘이 운영하는데, 과자전 준비할 때는 햇빛스튜디오 멤버인 디자이너 박지성 씨가 깍두기처럼 와서 같이 해요. 과자전 본 행사 진행할 때는 프로젝트 멤버를 구하고요. 많을 때는 7~8명이 돼요. 행사 할 때만. 저희 둘 사이의 역할 구분은 따로 없는 것 같아요. 작은 스튜디오라서 그렇게 분리하기 어려워요.

Q: 과자전이 가장 큰 줄기인가요?

연정: 규모로 봐서는 가장 크지요. 그리고 그 일을 할 때는 다른 일을 하기가 어렵긴 한데, 1년을 두고 봤을 땐 그래픽 디자인 일을 더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하림: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은데 밀도가 높죠.

연정: 그래서 준비 기간 두세 달 동안은 거의 그 일만 하고. 이번 과자전의 경우는 웹사이트나 영상으로 영역을 좀 더 넓히고 크루(crew)를 조직해서 진행했는데요. 디렉션만 하면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같이 일하는 멤버가 늘어나도 업무량은 똑같이 많더라고요. 관리하는 일이 추가된다거나…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 스튜디오는.

Q: 어쨌든 워크스 하면 과자전이 떠오를 정도로 자리를 잡았잖아요. 몇 회 했죠?

연정: 저희 제일 큰 포트폴리오에요. 단독으로는 8회까지 했고, 중간중간 외전으로 작은 프로젝트들이 있었어요. 생각보다 많이 했더라고요. 여기서 시작했으니까.

하림: 오시진 않았죠? 왔을까 봐.(웃음)

Q: 서교예술센터에서 할 때 갔어요.

하림: 서교라면 힘들었겠네요. 땡볕에서 줄 서고.

Q: 좀 늦게 갔는데 줄도 안 서고 재밌었어요. 친구가 공연한다고 해서 봤고요.(웃음)

연정: 으하하. 그때 앉아 있었구나. 거기 앉아 있던 소수의 사람 중에 한 명이었구나.(웃음) 이런 식으로 곁에 다들 계셨더라고요.

Q: 여러 번 진행하고 난 소회는 어떤가요?

하림: 좋고 싫어요.

연정: 저희가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규모가 계속 커져서. 지속적으로 하려던 것도 아니었고. 하림이 말대로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한 프로젝트인 것 같아요. 재밌는 부분도 물론 있지만 저희가 몰라도 될 업무들, 딱히 흥미가 없는 업무들까지 다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까 힘든 점이 많아요. 처음 해보는 일의 비중도 너무 크고.

하림: 준비할 때는 꽤 재미있거든요. 저희가 잘할 수 있고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콘텐츠를 만들고 홍보할 이미지를 만들고 그런 쪽인데, 막상 행사를 열면 현장 일을 다 봐야 하니까. 그리고 그 둘을 동시에 진행하는 게 준비할 때의 환상을 깨트리는 것 같아요. 그게 분리되어 있으면 여러 가지 아름다운 상상도 할 수 있겠는데, 현장 나가면… 흥이 깨지죠.

Q: 그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있나요? 다른 인터뷰에서는 그 균형을 어떻게든 찾아보고자 한다고 말씀하셨더라고요.

하림: 축제를 기획하는 분들과 같이 일하면 좋을 것 같아요. 역할을 완전히 나눠서, 저희는 전반의 일을 맡고, 그쪽은 현장 일을 맡고.

연정: 대행사랄지, 투자랄지, 조율 정도는 하고 있는데 그 이상은 저희한테 어려운 것 같아요. 투자자를 직접 찾아 나서고, 기획서를 제출해가며 투자를 유치하는 건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고. 조언을 구한다거나, 지인들한테 요청한다거나, 가능한 범위 안에서 대처하고 있어요. 이걸 사업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너무 키우면 저희가 할 수 없는 수준이 되고. 그 정도를 찾는 게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하림: 재미만 추구하다가는 크게 실수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웃음) 순전히 재미로 시작한 프로젝트여서 일하는 게 어려워도 즐거운 순간이 더 많았거든요. 그런데 그러한 이유로만 어떤 선택을 하면 눈치채지 못한 부분에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뒤로, 합리적이고 사업에 도움이 되는 쪽을 택하게 됐어요. 그게 주는 안정감도 있는데 상대적으로 흥미가 떨어져요. 예를 들어, 코엑스 같은 전시장에서 행사를 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굉장히 많지만, 저희 바람을 구현하기엔 어려운 장소이고.

연정: 우연성이 있고 즉흥적인 지점을 되게 좋아하는데, 코엑스는 그걸 만들기엔 위험 요소가 너무 커서. 그런 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 아니잖아요. 갖춰야 할 포맷이 있고, 거기 맞추다 보면 상대적으로 재미가 줄어드는 것 같아요. 둘 다 올라가는 게 아니라.

하림: 이 일과 클라이언트 잡을 병행하는 것도 (양손을 같은 높이로 들며) 이렇게 돼서… 막 과자전을 준비하고 있으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들어와도 못 하고, 못 하다 보면 일이 끊기고, 그래서 이렇게 가난하게 살다가 과자전 하고, 또 일이 들어올 것 같다 싶으면 또 과자전을 해야 해서 못 하고, 그래서 또 가난하고, 불행하고.(웃음)

연정: 이번엔 재밌어 보이는 일이 있길래 무리해서 진행했지만, 과자전을 하면서 동시에 책을 만들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오는 거죠. 크루도 있고 행사 당일에는 스태프가 40명 정도 되니까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그런데 그래픽 디자인 일은 재밌어서 과자전 때문에 줄이고 싶지는 않으니 빨리 균형을 찾아야 될 것 같아요.

Q: 나름의 균형점을 찾는 게 진짜 중요하고 또 어려운 것 같아요. 더군다나 어디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한테는. 작년에 그게 완전히 무너져서 고생했거든요. 공감이 가네요….


   워크스 바이 워크스
WORKS BY WORKS 


Q: 과자전 참가자들이 성장하는 모습도 보셨다고 했는데, 어떤 기분이었나요?

하림: 과자전에 나오는 분들과의 유대감 같은 게 행사가 커지고 나서부터는 거의 사라졌어요. 그 전에 있던 팀들은 조금씩 성장을 하는 게 느껴지는데. 또 저희 행사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성장하면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좋고 섭섭하고 그런 기분이에요. 계속 같이하면 좋을 텐데 잘돼서 그렇게 된 거니까.

연정: 확실히 초기에 참여했던 분들은 왠지 출신도 특이했거든요. 가게를 운영한다거나 요리를 가지고 작업한다거나 글을 쓴다거나 다방면으로 활동하면서 커가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시장이 좀 더 대중화되고 비슷한 행사들도 굉장히 많아진 이후,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팀들이 늘어나서 어떤 흐름을 포착하는 데는 무리가 있어요. 그 전에는 성장하는 모습이 보이거나 소식이 들릴 때 확실히 재밌다고 생각했죠. 일할 때 연결 지점이 있으면 의뢰를 하기도 했고. 그런 팀들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과자전에서 작업을 전시하는 코너를 작게 운영해왔고요.

Q: SNS 통해서 접한 거지만 되게 재밌었어요. 평소에 ‘시리어스 헝거’‘마츠노 아야카’ 작업을 재밌게 봤는데, 과자전과 잘 어울리고 보기 좋더라고요.

연정: 아야카 같은 경우 과자전 통해 소개돼서 재밌는 부분, 자극되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아티스트들이 앞으로 늘어나지 않을까 싶고요.

Q: 작년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책 팔더라고요. 참가한 건 아닌데. 그런 식의 작업에도 관심이 있으신가요?

연정: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직접 제작하는 작업이라기보다는 현상을 모은다거나, 여태껏 과자전 내용을 기록한다거나, 어떤 식으로든 행사 말고 다른 콘텐츠로 낼 것 같아요. 그 얘기를 2년 전부터 계속하고 있는데, 실행하기 어려워서.

Q: 제의를 받진 않았어요?

연정: 딱히. 보통 행사 관련 제의라고 하면, 행사를 내가 가진 공간에서 해달라는 게 전부예요.

Q: 재밌을 것 같아요.

하림: 저희가 운영을 안 하면 그런 딴짓도 할 수 있을 텐데.

연정: 그런 걸 시리어스 헝거나 마츠노 아야카 같은 팀을 보면서 해소하는 것 같아요.

Q: 과자전 얘기는 조금만 하려고 했는데 많이 해버렸네요… 일 얘기를 조금만 더 해볼까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얻는 기쁨이나 슬픔이 있을 텐데, 그게 궁금해요.

하림: 포괄적인 질문이라 어렵네요.(웃음)

연정: 이런 추상적인 질문을 처음 받아봐서.(웃음)

Q: 그러면,(웃음) 최근 들어 가장 보람 있던 순간이나 힘들었던 순간을 얘기하자면?

연정: 첫 작업실이 여기고 아직 옮겨본 적이 없어요. 5~6년 정도 쓴 건데, 지나고 나니 많은 일이 있었다는 생각이 최근에 들었어요. 그래픽 디자인 일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인테리어도 하고. 과자전도 여기서 시작하고. 그렇게 소규모로 하다가 킨텍스로 잠실종합운동장으로 코엑스로 가면서 커지고. 여러 가지 일을 했던 기억들, 흥미로운 그래픽 작업 의뢰를 받던 순간도 떠오르고. 애초에 확실한 계획을 가지고 스튜디오를 연 게 아니어서 이렇게 흘러온 것 자체가 보람도 있고, 힘도 들고, 신기한 부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작년부터 이사를 염두에 두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새 공간을 찾다 보니까 여러 가지 일을 한데 모아야 저희가 집중해서 일할 수 있겠다는 걸 알게 됐고요. 그러면 사이즈가 커야 할 텐데, 굉장히 무리를 해야겠지만, 바꾸면 또 재밌을 것 같아요.

하림: 그래픽 디자인 일만 놓고 보면 되게 평온한 일상인 것 같아요. 어쨌든 이 일이 클라이언트의 욕구을 충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서비스업’인데요. 거기서 오는 잔잔한 스트레스와 체력 달림 때문에 좀 힘들지 나머지는… 제일 기쁘고 제일 힘들고 이런 건 다 과자전 하면서 겪은 것 같아요.

연정: 과자전이 있기 때문에 나머지 기쁜 일들은 체감상 좋았던 일 정도로만 느껴지고. 감정이 치달을 때도 있으니까.

하림: 감정을 지나치게 쓰더라고요. 의외로 행정 업무를 하다 보면 전화로 많은 사람들을 응대하게 돼요. 그런 걸 잘 견딜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서 선택한 직업이 그래픽 디자이너인데, 결국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정말….

연정: 모르는 사람을 대하는 걸 즐기는 성격이었다면 덜 힘들 일인데 엄청난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 서비스업 하시는 분들은 사람을 대하는 얼굴 근육 같은 게 있어서 일할 때와 안 할 때 분리가 되잖아요.

Q: 그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연정: 디자인할 때는 또 전혀 다르니까. 온도차가 너무 큰 거죠.

Q: 저도 사실 혼자 있는 게 좋아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어쩌다 보니까 막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못 하겠어요, 인터뷰어.(웃음)

하림: 으하하. 어렵죠. 질문을 뽑는 게. 그리고 대체로 남에 대해 별로 궁금하지 않기 때문에.

연정: 엄청난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안 궁금해. 그런데 궁금한 모드로 해야 되잖아요.

Q: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아, 작년에 «한국, 여성, 그래픽 디자이너»에서 맛깔손 님과 대화하신 걸 교정지로 읽었어요. 하고 난 다음에 어떠셨어요?

하림: 조금 후회되는 면도 있고, 시원한 면도 있고.

연정: 별 게 아닌 부분들도 있었고.

하림: 문제적이라고 생각해서 막 얘기했던 것들이 일반적인 내용이라는 걸 그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됐어요. 후회되는 건… 그래도 소속이 있는 친구인데 불러내서 얘기하게 한 게 맞았나? 이런 생각이 들었고. 시원했던 건 그냥 개인적인 소회. 출신 학교를 욕하고 싶었는데, 드디어 했다, 이 정도.(웃음)

연정: 욕해보고 싶었는데, 했다, 해보니까 별 게 아니었다, 그게 출판돼서 나왔다, 이 정도. 그리고 그 책이 나왔을 때는 기대 같은 걸 하긴 했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인터뷰에 참여하신 다른 분들도 그랬을 것 같아요.

하림: 커뮤니티나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잘 몰랐는데, ‘오늘의풍경’이 주최한 ‘파일드-타임라인 어드벤처’에 갔다가 되게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는 문제를 불평했고, 거기서 해방되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그 행사를 보면서 ‘이렇게 실천하는 거구나’ 생각했어요.

Q: 여성 그래픽 디자이너 정책 연구 모임 ‘우(WOO!)’는 그 프로젝트에서 이어진 건가요?

하림: 네. 저희는 거기서 행정 업무를 조금 하고 있고. 우 활동 일환으로 ‘하이파이브’를 통해서 페미니즘 관련 행사를 하고 마무리하려고 계획 중이에요.


   워크스 인 플레이스
WORKS IN PLACE 


Q: 창밖 전망이 엄청 좋네요.

연정: 달력 같아요. 눈이 오면 눈이 오네, 비가 오면 비가 오네.(웃음)

Q: 샵으로는 언제까지 쓰신 거예요?

연정: 작년 7월…

하림: 그것밖에 안 됐어?

연정: 응. 운영 안 한 지 1년.

Q: 샵은 어떻게 하셨어요? 자율적으로 입고를 받는 식으로?

하림: 네. 시작할 때 저희가 대학생이었어요. 대외적인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뭔가 만들어서 팔 공간이 필요했는데 학생 신분으로 큰 상점에 입고하고 유통하는 일들이 다 어렵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공간도 있는데 우리 것도 팔고 남 것도 팔자.

Q: 어떤 것들 파셨나요?

연정: 소량 제작한 상품들도 있고, 그림, 도서, 너무 다양했어요. 저희처럼 뭔가 만들어서 팔고 싶은 개인 창작자의 작업들 위주였고. 일이 년 후부터는 저희가 원하는 것들 위주로 받아서 판매하고 소개하고. 그런 데 흥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하림: 디자인 일을 하다가 손님 오면 막 인사하고 돈 계산하고 이런 게 >타이쿤< 같았어요.(웃음) 실제로 일하는 느낌을 받아서 환기가 되고. 디스플레이 하는 것도 좋고. 게임하는 기분으로 해서 성실하지는 못했지만. 그 재미가 떨어져서 그만둔 거예요.(웃음) 팔고 싶은 물건들이 아니라는 것도 조금씩 스트레스 받고. 모두에게 열려 있으니까 통제할 수 없잖아요. 이걸 굳이 해야 되나 싶어서.

Q: 셀렉트샵으로 하기엔 품이 들고.

하림: 그렇게 품을 들일 만큼 깊은 의미를 가지고 한 건 아니라서.

Q: 지금은 작업실로만 쓰시는 거죠?

하림: 네. 그걸 그만둔 대신 ‘워크스 인 프로세스’를 시작했어요. 단위를 좀 더 쪼개서 기간을 정해 한 팀에게만 공간을 내주는 프로젝트예요. 저희가 큐레이션을 하거나 컨설팅을 해서 같이 만들어가면 처음 공간을 운영할 때 느꼈던 재미 정도는 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Q: 어떤 것들을 하셨나요?

하림: 세 번의 이벤트를 했는데, 처음이 ‘후룻샵(HOOROOTSHOP)’이었어요. 후룻샵은 햇빛스튜디오의 박지성 씨가 하는 프로젝트인데 작고 귀여운것을 좋아하는 관심사에서 시작된 배지샵이에요. 두 번째는 ‘할로미늄(HALOMINIUM)’이라는 패션 브랜드의 겨울 콜렉션 팝업 스토어였어요. 세 번째는 빈티지 의류 유통에 관심이 많은 그래픽 디자이너 친구가 있는데, ‘밀리언아카이브’이라는 브랜드 네임으로 빈티지 스웨터를 판매하는 스웨터샵을 진행했어요.

Q: 반응들이 다 좋았던 것 같아요.

연정: 기간을 한정하니까 확실히 좋았어요. 다 1~2주였으니까. 스웨터샵은 3일. 그 기간 동안 집중해서 일하는 게 괜찮았어요.

Q: 이사 가면 새 공간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 정하셨나요?

하림: 저희 사무실 공간과 합쳐서 과자전 오프라인 스토어를 할 생각이에요. 행사가 일 년에 며칠 확 나타났다 쭉 사라지는 게 소모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오프라인에서 계속 발신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과자전 굿즈 하니까 생각나는 게, 캐릭터 너무 좋아하거든요. 제 방에 순이 비누 걸려 있어요. 힘든 얘기도 했지만, 그런 건 재밌게 하신다는 게 느껴져요.

연정: 맞아, 재밌는 요소들이에요. 열정을 갖고 있는 부분이죠.

하림: 처음에는 저희 둘이 진행했던 거라서 일러스트레이션 수준이었는데, 지성 씨랑 같이 하면서 캐릭터 체계가 잡혔어요.

연정: 확실하게 잡아서 이름도 다 짓고, 캐릭터로 소비될 수 있게 기반을 만들고. 오프라인 샵이 생기면 꾸준하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테니 기대돼요. 이것도 일에서 놓치고 있는 재미의 측면을 보완하려고 노력하는 지점이에요.

Q: 기대할게요.

연정: 카페 운영도 생각 중이에요. 프로그램도 계속 만들고, 늘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열게 되면 자주 오세요. 인터뷰 장소로.(웃음)

하림: 아직 구하지도 않았는데.(웃음)


   워크스 온 하이파이브
WORKS ON HIGH-FIVE 


Q: ‘하이파이브’라는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요?

연정: 도진 씨 통해서 얘기를 들었는데요.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돕고 싶다고 해서 우선 그 마음에 고마웠죠. 마침 저희가 페미니즘 스터디 프로젝트를 언젠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원을 받으면 자유롭게 크루를 만들어서 진행할 수 있으니까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고요. 결과적으로 잘한 것 같아요. 안 그랬으면 진행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Q: 페미니즘 스터디 프로젝트는 어떻게 기획하신 거예요?

하림: 페미니즘 입문용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어요. 뭐든 입문할 때 실용서 같은 걸 보잖아요. 그것처럼 페미니즘에 쉽게 접근하도록 돕는 뭔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책보다 조금 작은 단위로 제공할 수 있는 걸 계획하고 있어요.

연정: 저희가 페미니즘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마음과 활동을 연계해서 풀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갖고.

하림: 우 모임에서 멤버들끼리 이런저런 파트를 나눴어요. 스터디나 강연 등이 있는데, 이게 스터디 쪽의 기획이에요. ‘WOO SCHOOL’이라는 기획을 해보면 어떨까 제안한 거죠.

Q: 구체적인 계획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하림: 북 코디네이터 분이 추천 도서 목록을 구성하시고, 저희가 그 책을 재료로 더 작은 단위로 쪼개보거나, 간단한 학습 행동을 할 수 있는 꼭지들을 만들 계획이에요. 그리고 샘플이 되는 몇권의 책들은 가능하면 판매도 해보자는 생각이에요.

Q: 북 코디네이터는 섭외하셨어요?

하림: 더북소사이어티 정아람 씨?

Q: 철희 씨도 아람 씨와 함께하고 싶다고.(웃음)

연정: 우리 모두의 코디네이터.

하림: 아, 그리고, 그래픽 디자인 페미니즘 범주의 책을 보여주려고 해요.

Q: 이번에 진행할 ‘워크스 인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하림: 저희가 가게를 운영할 때 입점했던 ‘멜로우송(이송희)’이라는 작가를 소개할 건데요. 드로잉도 하고 초도 만드시는 분인데, 초를 캐스팅해서 만들어요. 조각하듯이.

연정: 옆에서 봤을 때 치밀하게 조각하는 단계를 거치는 식으로 작업하는 것 같아요. 그림도 그런 식으로 그리는 편이고. 집착적인 작업을 하다 보니까 시간이 많이 들고, 그 과정에서 돈벌이가 되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균형을 찾고 싶어 하더라고요. 작업을 소개하면서 판매도 집중적으로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말이 나와서 한정 기간 동안 전시를 열기로 했어요. 장소는 프레클스에서. ‘워크스 인 프로세스’의 공통점은 거침없이 판매만 독려하기보다는 작업을 널리 알린다는 건데, 그걸 이용해서…

하림: 다음 스텝을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자신감을 찾게 해준다거나, 앞으로 이렇게 해야겠다는 걸 일깨우거나. 내가 작업해온 것을 많은 사람들이랑 나누면서 느끼는 면이 있을 테니까.

연정: 저희를 통해서 소개하는 것과 본인이 직접 소개하는 것은 또 다른 면이 있고, 테스트를 해본다는 의미도 있고. ‘스웨터샵’ 같은 경우는 테스트를 해본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워크스 인 프로세스를 통해서 어떤 성과를 봤고, 이후 공간을 구해서 공격적으로 운영하고 있거든요. 그런 식으로 저희를 이용해달라는 프로젝트예요.

Q: 어떻게 보면 셀렉트샵 같기도 하네요. 이런 식으로 또 갈증을 해결하시는 것 같아요. 앞서 세 팀을 인터뷰했거든요. 워크스도 그렇고 다들 변화를 겪고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하림: 하이파이브 구성원들이 나이가 비슷해요. 그래서 그렇지 않을까요? 삼십대 초반이면 일을 진짜 많이 할 시기인데.

연정: 일을 시작하는 지점도 비슷하고, 학교 졸업하고.

하림: 그때는 열정 같은 게 있잖아요. 이젠 그러기 싫어지는. 일은 많이 하고 싶은데 힘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거나.

연정: 한번 해봤기 때문에 흥미가 없다거나. 그런 것들이 늘어나니까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Q: 그 시기랑 이 프로젝트랑 이상하게 맞물리는 것 같아서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하림: 2년 정도 전에 했다면 더 의욕적인 부분이 있었을 텐데.

연정: 개인적으로는 ‘하이파이브에서 진행할 이벤트들을 또 볼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해요.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닌데 이 기회를 통해서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잖아요. 지원 사업이 아니고서 스스로 어떤 프로젝트를 꾸미기에는 다들 너무 바쁘니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같은 공간에서 일정을 공유하면서 행사를 열면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 같고요. 그래서 한 공간을 대관하자고 이야기를 모은 거예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조율 중인데, 잘되면 좋겠어요.(웃음)

Q: 특별히 기대하는 부분이 있나요?

하림: 그냥 숙제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문제없이 마무리되면 좋겠어요. 안정적으로. 하하하.

연정: 그리고 같은 공간에서 꼭 했으면 좋겠어요. 서로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겹쳐서 공유할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하림: 서로를 새로이 발견하기도 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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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Saejoong Kim, ⑶⑷⑸Hojun Song, ⑵⑹⑺⑻WORKS, ⑼Minjeong Song, ⑽Ayaka Matsuno ⑾⑿WORKS ft. mat-kkal, ⒀HOOROOTSHOP, ⒁HALOMINIUM, ⒂MILLION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