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목장세미

2017.09.08

두리번두리번하는 중-유혜미와의 대화


내게 소목장 세미는 일터다. 나는 큰 일이 있을 때 모여 손을 보태고 끝나면 다시 흩어지는 소목장 세미 크루의 멤버 중 하나다. 멤버는 유혜미의 주변인들로 그때그때 유연하게 구성된다. 목공 실력은 별로지만 칠이나 포장 혹은 청소 등에 일가견이 있는 나는 매 작업마다 적재적소에 배치된다. 시기는 비정기적인데 가진 돈이 얼마 없어 슬슬 불안해질 때쯤 호출이 오곤 한다. 그야말로 적시에. 이에 관해서 다른 멤버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다. 우리는 유혜미를 회장님이라고 부른다.

회장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일단 웃기고 세련되고 야무지고 카리스마가 넘치고 리더십이 뛰어나다. 철두철미하지만 그에 못지 않는 융통성이 있으며 한 치 앞을 내다볼 줄 알고 무엇보다 속이 깊다. 그가 만들어내는 결과물? 굳이 말을 더할 필요가 있을까. 세상 최고이기 때문이다. 입에 발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거짓말을 하면 죽는다. 이렇게 우리 회장님을 인터뷰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 기회를 빌어 평소엔 들을 기회가 없었던 것들을 물어봤다. 하이파이브와 그 안에서 펼칠 계획에 대해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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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소개 부탁해요.

혜미: 저는 2012년부터 ‘소목장 세미’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며 가구를 제작해왔어요. 리빙 가구, 인테리어 가구, 미술 전시에 필요한 집기까지 포괄하는 모든 종류의 가구를 만들고요. 숟가락, 그릇, 스툴 등을 참여자가 직접 만들어보는 워크숍도 주기적으로 진행해요. 요즘에는 쇼룸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직 임시 오픈 상태인데, 이벤트를 계속 열며 다듬어갈 생각이에요. 제 가구의 디스플레이 공간이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하려고 해요.

Q: 2012년부터 했으니 이제 6년 차잖아요.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변화를 겪는 중인 것 같기도 해요. 처음과 비교한다면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나요?

혜미: 처음에는 도전 의식이 굉장히 투철해서 해본 적 없거나 신기해 보이는 일이라면 보수에 상관없이, 나의 노동이 얼마나 들지 크게 고민하지 않고 했어요. 지금은 그런 걸 다 해봤으니까, 일이 들어오면 어느 정도 각이 보이니까 조건을 생각할 줄 알게 됐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집중해서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최적의 일을 골라서 한다고 할 수 있으려나. 어떤 면에선 균형을 찾은 건데, 그렇게만 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쇼룸에서 진행하려는 행사처럼 이상한 일을 상상하고 기획하는 쪽으로 도전 정신을 발휘하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는 자꾸 다음 단계를 생각해요. 계속 목공을 이렇게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포맷으로 움직일 것인지. 안정적이지만 과도기 같은 성격을 갖고 있는 시기랄까? 예전에는 앞만 보고 달렸다면 지금은 두리번두리번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Q: 이야기를 듣고 보니, 짜맞춤 가구처럼 장인적인 것을 만들며 느끼던 재미가 이벤트를 열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에서 얻는 보람으로 옮겨 간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어떤 계기가 있나요?

혜미: 현대 사회의 자연스러운 수순인 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인 변화인 것 같기도 해요. 북 케이스나 짜맞춤 가구 같은 걸 만들 때는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고부가 가치 상품이 존재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는데, 그걸 충족시켜줄 소비자가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시장을 바꿨다면 또 모르겠지만, 저는 이 신(scene)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좋기 때문에 그들의 니즈에 맞추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사실 ‘소목장 세미’라는 이름만으로도 전통적인 장인의 방식을 추구한다는 걸 짐작할 수 있잖아요. 지금은 그걸 곧이곧대로 수용하지 않고 현대에 맞게 차용하려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이케아스러운< 부분을 가져온다든지. 자꾸 이렇게 결합해서 생각하니까 아무래도 애초의 특징이 약해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런데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장인적인 것을 보면 항상 감탄하고. 샤넬만 봐도 오히려 수공예 쪽으로 가고 있거든요. 그런 조류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지금 제 상황과 맞지 않으니까 적당히 취하는 거고, 기회가 생기거나 기반이 다져지면 언제든지 해보고 싶죠.

커뮤니티 활동으로 고개를 돌린 건, 이태원에 쇼룸을 내면서부터인 것 같아요. 행동반경이 주로 망원일 때도 ‘스몰커피’‘책방만일’이나 ‘주오일식당’을 계속 돌아다니긴 했지만, 이태원 친구들은 각각이 창작자이기도 하고, 계속 머리를 맞대고 창작의 창작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서 좀 더 에너지가 합산되는 느낌이랄까? 망원에선 기운이 안정적으로 흘러가고 따듯했다면 여기는 차갑지만 조금 더 발산적이고. 새로운 걸 향해서 각자 노력하는 모습들이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5년 동안 항상 혼자 일하고 끽해야 둘이 하다 보니까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Q: 목공 프로세스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혜미: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건 없어요. 조금이라도 신경을 안 쓰면 퀄리티가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이니까. 주문한 대로 목재를 재단해주는 CNC 커팅 프로그램을 더 많이 쓰게 된 건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달라지진 않았죠. 전이랑 비슷해요. 계속 만들면서 고쳐나가고. 이걸 CNC로 따면 편하겠다, 아니면 그냥 만드는 게 낫겠다, 판단하는 정도.

Q: 한편으로 소목장 세미라는 브랜드에는 우리 세대 1인 가구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흔히 납작하다고 표현하는 좁은 방에서의 일상을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가꿀 수 있을지 고민하는 라인이 있고, 그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잖아요.

혜미: 사실 저의 욕망이죠. 제가 가난하게 살았고. 애시당초 2층 침대를 만들면서 목공을 시작한 이유도 좁은 집에 3명이서 살아야 했기 때문인데, 우중충하게 두고 싶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밝고 편하게 보일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살아오면서 월세 50만 원짜리 혹은 그 아래 방에 들어가는 가구의 조형이나 미적인 양식에 대해 생각했죠. 살면서 매일 봐야 하는 공간이니까. 지금 쇼룸도 그런 특성이 굉장히 많이 응축돼 있는데, 어쨌든 20대에 독립하고 나서 좁은 집에서 겪게 되는 일들이 그런 작업을 하게끔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오히려 넓은 공간을 주고 꾸미라고 하면 더 어려워요. 그런 삶을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뭐가 필요한지 잘 모르겠고. 작은 공간의 경우는 여기 컴퓨터 놓고, 저기 자질구레한 거 놓고, 그 옆에 책 놓고, 최소한 어느 정도면 되겠다는 게 몸에 배어 있는데.

Q: 아쉬움도 있나요?

혜미: 항상 있죠. 조형적인 아쉬움도 있고, 전체적으로는 맘에 드는데 부분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도 있고, ‘돈을 조금 더 쓸걸’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퀄리티라는 건 보면 볼수록 생각나서. 처음엔 그것 때문에 되게 힘들었어요.

Q: 인상 깊었던 반응은?

혜미: 일단 산다고 하면,(웃음) 인상 깊은 반응이 되는 건데. 왜냐하면 이게 일 이십만 원 하지 않는다는 건 잘 알 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어본다는 건 어느 정도 가치를 지불하겠다는 의미라서. 앞서 말했듯이 그게 제가 원하는 바고요.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기보다는 어느 누군가에게 꼭 필요할 물건을 만드는데, 그걸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왔다는 자체가 중요한 거죠. 큰 것들은 가격이 워낙 비싸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진 않은데, 그런 사람이 나타날 때가 가장 좋은 피드백이에요.


   한국, 여성, 목수 

Q: 얘기 듣다 보니까 궁금해진 건데, 혜미 씨는 오래 전부터 페미니스트 작업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었지만 요 몇 년 사이 문화 예술계 전반에서 각성을 일으키는 사건들을 겪은 이후엔 발화 방식이 더 다양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소목장 세미 작업에도 영향이 있나요?

혜미: 제가 이십대 초반에 대학교 들어가자마자 작업했던 것들이 대부분 페미니즘 관련 얘기예요. 왜 내가 여자로서 이렇게 살아야 되는지 초중고 때부터 계속 고민했는데, 대학에 와서 궁금했던 것들―인종 차별, 종교 박해, 전쟁, 섹스,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엄청 읽었어요. 지금은 오히려 더 안 읽는데.(웃음) 제 삶과 가장 맞닿은 주제가 페미니즘이었기 때문에 그런 작업을 계속 했던 거고요. 평가는 별로 좋지 않았어요. 당시에 활동하던 페미니스트 아티스트가 있긴 했지만 세계 미술의 관점에서는 그런 작업을 하는 것 자체가 한물간 것처럼 여겨졌거든요. 어쨌든 그 뒤로 작업에 흥미를 잃는 순간이 왔고, 작가로 앞을 보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고, 목공을 하게 됐고, 그러다가 이런 일이 또 다시 일어난 건데요. 사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건 아니지만 여자인 제가 이렇게 목공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페미니스트로서의 어떤 부분을 증명한다고 생각해요. 저로 인해서 이쪽 계열 일을 시작하게 된 여성분들도 많다고 생각하고, 물론 남성도 마찬가지겠지만. 지금도 제가 목공 한다고 하면 “아가씨가?” 이런 말 진짜 많이 듣는데, 케이스만 많으면 점점 바뀌겠죠. 그런 맥락에서 특별히 여성을 좀 더 생각하는 가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어쩔 수 없이, 의도하지 않아도 굉장히 중성적인 디자인을 갖게 된 부분은 있죠. 우리나라 가구 모양새를 보면 보통 어둡고 무겁고 단단하고 크잖아요. 그런데 저는 당장 혼자서 들고 옮겨야 하고, 또 사용자도 그렇다는 걸 중점적으로 고민하다 보니까 강도를 조금 포기하더라도 얇고 가볍고 분리 조립이 가능하도록 만들죠. 이런 점이 다 페미니즘과 연관돼 있지 않나 싶어요. 태생부터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하면서 버티는 게 그냥 그 자체라는 생각이에요.

Q: 손을 쓰는 노동자로서, 혼자 일하는 사람으로서, 일의 기쁨과 슬픔이 있을 것 같아요.

혜미: 일단 몸 쓰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나무를 주문하면 내 몸의 몇 배가 되는 것들을 이층 작업실로 옮겨야 해요. 현장 나갈 땐 각종 공구나 장비를 다 옮겨야 하고. 그게 힘들어서 좀 잘될 때 남성 직원을 뽑은 거죠. 영재라는 친구가 되게 오래 있었어요. 처음에는 그 친구한테 기술적인 부분을 전부 가르쳐 주고 혼자 하게끔 했어요. 그리고 저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디자인하고 메일 쓰고 주문하고 그런 일만 했는데, 그때 성격이 너무 안 좋아지더라고.

Q: 왜?

혜미: 나는 그런 인간인가 봐. 몸을 안 쓰고 컴퓨터만 하면 너무 불안하고, 계속 커피만 마시고, 그러면 더 불안해지고. 그러다가 시간이 나서 영재랑 같이 마무리하고 사포질하면서 대화 좀 하면 기분이 되게 좋아지는 거예요. 그냥 내가 몸을 써서 뭐를 만지는 것 자체가, 특히나 나무처럼 따듯한 물성을 대하고 그게 예뻐지는 모습을 관찰하면 한풀이하듯이 굉장히 좋은 에너지가 나오고. 그래서 딱 느낀 게, 절대 이런 포맷으로 가면 안 되겠다, 누구는 몸만 쓰고 누구는 컴퓨터만 하는 건 일단 저한테 안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턴 병행하려고 했죠. 무거운 것도 가능한 한 들려고 하고. 그게 맞는 것 같더라고.

Q: 이런 이야기는 또 처음 듣네요.

혜미: 가구를 만들어 놓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내가 갖고 싶다.(웃음) 팔고 싶지 않다, 내가 쓰고 싶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만약 이런 디자인의 이런 물건을 사려면 돈 진짜 많이 줘야 되는데, 저는 직접 만들어서 쓸 수 있잖아요. 그게 가장 큰 행복인 것 같아. 내가 만들어서 내가 쓸 수 있다는 것, 내 맘대로 만들어도 된다는 것.

Q: 부럽네요.(웃음) 규모가 큰 일을 할 때 친구들을 부르잖아요. 제가 혜미 씨와 일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일단 즐겁다는 것. 말이 쉽지 사실 되게 어렵잖아요. 또 선택 상황에서 강단이 있고, 그러면서도 자상하고 따듯하다는 것.

혜미: 이것도 쓸 거야? 캬캬캬.

Q: 맨 앞에 쓸게.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일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뭔가요? 비단 목공뿐만 아니라 여타 협업 상황에서도.

혜미: 일단 규모가 큰 현장 일을 할 때 주변 사람들이랑 하는 이유는 재밌기 때문인데요. 목수 아저씨들이랑 하면 일이 쉽고 싸우기도 편하고 원하는 퀄리티 얻고 빠지면 끝인데, 너무 재미가 없어요. 친구들이랑 같이 하면 실수하는 것 보면서 웃고, 물론 심각한 실수를 하면 전혀 안 웃기지만,(웃음) 밥을 먹어도 즐거우니까. 그리고 어쨌든 함께 일하는 사람을 인간적으로 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항상 신경 쓰죠. 제가 남 밑에서 일을 오래 하면서 불필요하게 겪었던 점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요. 쓸데없는 긴장감을 조성하는 게 있잖아요. 그런 분위기만 없어도 더 잘할 수 있는데. 그런 걸 생각하면 사람을 더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근데 영재는 저랑 오래 일해서 좀 다를 수도 있어요. 잘못하면 뭐라고 한 적도 있고. 그래도 여태껏 만난 사장 중에서는 내가 제일 나을 거 같아.

Q: 물어봤어?

혜미: 그런 건 물어보지 않았는데 지금 있는 데가 너무 싫대.


   웃어, 쇼룸에 

Q: 쇼룸이라는 공간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혜미: 항상 가구 만들고 나면 사진을 찍어서 보여줘요. 그렇게 온라인으로만 거래가 이뤄지니까 여러 사람들한테 사진 외 물성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죠. 그래서 쇼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편집 매장을 택하지 않은 이유는 수수료도 수수료지만, 소목장 세미의 굉장히 세고 유니크한 분위기를 풍부하게 표현하고 싶어서요. 그러지 않고서는 빛을 발하기 힘든 독특한 디자인이고, 아이폰처럼 어딜 놔둬도 아우라가 넘치는 게 아닌 저만의 라인이 있기 때문에, 샵이 아닌 특수한 공간에 딱 맞아떨어지게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그곳에 재고를 구비해놓고 전시할 자본은 없어서,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에 하고 싶은 방식을 더해서 지금의 쇼룸 개념이 나온 거죠. 상시 판매가 아니더라도 그럴싸하게 내 뜻대로 방을 꾸며 이번에는 이 테이블을 놓고 이런 이벤트를 하고, 다음에는 저 테이블을 놓고 저런 이벤트를 하고, 매번 다른 시도를 하는 가변적인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한 번 꾸며서 계속 보존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바꾸면서 새로운 걸 보여주려고요. 어쨌든 사람들이 소목장 세미를 직접 만져보고 저마다 어떤 이미지를 가져가는 것부터가 오프라인에서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개인한테 팔려간 가구는 그 집에 가지 않는 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없으니까. 제 가구가 들어간 스몰커피 같은 공간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됐지만, 판매할 당시의 이미지로 고정돼 있으니까 계속 업데이트를 해주는 거죠.

Q: 상시적으로 열어놓지 못하니까 이벤트를 만들어서 가구도 보여주고 다양한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레이어가 여러 개네요.

혜미: 레이어가 되게 복잡하게 있는데, 그게 제 상황에서 최선으로 선택한 답안들이기도 하고. 일단 목공 작업을 하면서 쇼룸을 같이 운영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예약제나 이벤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또 대로변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주차도 어렵고 수시로 방문할 만한 데는 아니라서.

Q: 쇼룸에서 연 첫 이벤트가 ‘웃어, 여름에’였잖아요. 어땠어요?

혜미: 엄청 재밌었어요. 사람들이 되게 많이 와서 기분이 좋았죠. 행사 참여한 분들도 너무 좋았대요. 타코 만들어주신 ‘허챠밍’ 님과 그분이 데리고 오신 분들과 교류가 많았고, 같이 만드는 것 보면서 너무 즐거웠고. 빈티지 옷 셀러 분들, 굿즈 셀러 분들과는 원래 친분이 있었지만 옷 갈아입으면서 떠들고, 그때 산 옷 며칠 뒤에 입고 오면 거기서 산 거냐고 하면서 웃고. 행사 끝나고 남은 음식으로 파스타를 해 먹었는데 그게 또 너무 맛있고. 다 같이 너무 행복하게 끝났어. 수입과는 상관없이.

Q: 평소에 SNS를 보면 쇼룸에서 동네 친구들이랑 모여서 밥도 먹고 사랑방처럼 쓰던데. 되게 좋아 보였어요.

혜미: 일단 주변에 그런 공간을 가진 사람이 없잖아요. 그렇게 놀려면 레스토랑을 예약하거나 숙박 시설을 잡아야 하는데, 그런 큰 장소가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 것 같아요. 밥도 먹고, 모어 님이 와서 요가 수업도 했어요. 또 뭐 했지? 세상몰 촬영도 하고. 드랙 하고. 뭘 하려고 기획했다기보다는 그냥 ‘우리집에서 해야지 뭐’ 그렇게.


   하이파이브, 보광동적 모먼트 

Q: ‘하이파이브’ 프로젝트에 대해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

혜미: 가까이 있는 창작자들이 서로 영향을 받으며 성장해가는 게 주안점이어서 긍정적이었죠. 보광동이라는 게 재밌는 요소고. 왜냐하면 재개발 들어가기 전에 어떤 걸 해도 부담이 없는 그런 상태라서. 임대료가 엄청나게 높아지지 않아서 당장은 버틸 수 있지만 언젠가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나오는 무모함이나 도전 같은 것들? 사실 제 경우도 재개발한다는 거 알고 들어온 건데, 그게 아니었다면 무서워서 더 사릴 거 같아. 그런데 여기는 머지않아 없어질 곳이고 집주인이 내가 잘된다고 해서 내쫓지 않을 뿐더러 못된다고 구박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친구들도 보광동의 그런 점 때문에 압박 없이 활동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끼리 그걸 살려서 서로 영향을 미치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잘되겠죠?(웃음) 모르겠어, 어떻게 될지.

Q: 평소에 다른 팀들과 교류가 있었나요?

혜미: 그렇죠, 맨날 밥 먹으러 다니고. 워크스 같은 경우는 그런 사이까진 아니지만 항상 마주치고 얘기하고, ‘과자전’ 할 때 항상 불러주고. 햇빛스튜디오의 지성 씨도 마찬가지고.

Q: ‘하이파이브’에서 어떤 걸 계획 중인지 말해주세요.

혜미: 우선 ‘숨은 별미의 고수: 헨키친’이 이번 주에 잡혀 있어요. 제가 햇반 돌려 먹을 시절부터 ‘헨’이라는 친구가 요리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어요. 자기가 이것저것 알아보고 만들더니 자취하는 사람한테 가장 적합하게, 심플한 레시피에 독특한 맛을 가진 요리를 개발해서 알려주는 거예요. 너무 간단하고 맛있는 요리들이 그렇게 전수가 되더라고요. 같이 어울리다 보니 헨 씨가 자연스럽게 제 요리 담당 교사처럼 됐죠. 원래 만화가를 하고 싶어 하는 친군데 여러 곳에서 케이터링을 의뢰받으면서 재능을 발견했고요. 제가 가구를 만드니까 나중에 같이 가게를 차려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찰나에 헨 씨가 프랑스 요리 학교로 유학을 갔고, 잠깐 들어온다길래 이때다 싶어 캐스팅을 했죠.

원래 ‘숨은 별미의 고수’라는 이벤트는 전문적으로 일하는 셰프가 아닌데도 요리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거나 시도하면서 맛까지 잘 내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는데, 그분들 레시피를 공유하고자 기획했어요. 우리 모두 식당 밥에 지쳐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활기가 될 것이고. 지난 번에 섭외했던 ‘에토프(etoffe)’의 베짱이 님도 전문가는 아니지만 자기 요리를 선보였고 반응도 좋았어요. 그런 소개의 장, 기회의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예요. 한 달에 한 번씩은 꾸준히 하고 싶은데, 포스터 작업하는 ‘민식(MINUSIGUE)’ 님이 너무 힘들어해서,(웃음) 여튼 한두 달에 한 번씩은 하고 싶어요.

그 다음은 ‘웃어, 가을에’라는 계절 행사인데요. 지난 번에 쇼룸 가오픈 행사로 ‘웃어, 여름에’를 진행했어요. 그때는 요리가 하나 있고, 각종 물품 판매자가 있고, 음악을 틀어주는 분이 있었는데, 계속 이런 포맷으로 할 것 같아요. 계절을 갈아타면서 버리려던 것 혹은 필요한 것을 교환하면서 음악도 듣고, 요리와 음료수도 맛보고―‘숨은 별미의 고수’와 연관되게 숨어 있는 분 위주로―좀 색다른 장터 개념이죠. 또, 장소만 제공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지난 번에 도마를 만들었듯이 이번에는 조명을 만들어서 전시하고 판매할 생각이에요.

Q: 다른 팀들과 같이 대관하는 이벤트에선 어떤 걸 하세요?

혜미: ‘모범적 의자’ 전시를 계획 중이에요. 소목장 세미 시작할 때부터 하고 싶었는데 자본 없이는 절대 못 해서 계속 미뤄왔던 건데요. 보통 가구 디자이너는 의자에 대한 욕심이 커요. 의자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명성이 달라지고 곧장 시그니처가 되거든요. 그만큼 만들기가 굉장히 까다롭고, 돈이 없으면 공장형 시스템으로 돌리기 힘들고요. 예전에 ‘쉐이커 스툴’이라는 의자를 발표했을 때도 공장에서 제작해 미리 재고를 뽑아놓을 수 없으니까 결국 가격이 비싸졌거든요. 반응이 너무 좋았는데 구매로 많이 이어지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 기회를 빌어 공장을 뚫어서 라인을 만들고, 그걸 대량 생산해보고 싶어요. 대량이라고 해도 100개 이하일 테지만, 그게 어느 정도 먹히는지 궁금하고.

Q: 어쨌든 새로운 라인을 만드는 거네요.

혜미: 그렇죠. 아예 새로운 디자인으로.

Q: 그러면 마지막으로, ‘하이파이브’를 통해서 기대하는 게 있다면?

혜미: 일단 새로운 플랫폼이 생기는 거 같아요. 프로젝트 구성원, 방식, 친밀도 같은 걸 따져봤을 때 이런 게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죠. ‘굿즈’ 같은 경우가 지인 위주로 했더라도 어쨌든 미술품 판매라는 대의가 있었는데, 우리는 에너지의 합산이나 교류에 요를 두는 게 재밌는 지점인 것 같아요. 거기에 공연 담당의 기획자가 있고, 가구 담당의 기획자가 있고, 디자인 담당이 있고, 각자가 자기 분야의 명확한 기획자로 들어가 있는 것도 웃기고. 모두가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서 신기한 것 같아. 우리가 수익을 모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또 다른 기회들이 줄줄이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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⑴Bora Kim, ⑵⑶⑷⑸Smallstudiosemi, ⒀⒁MINUSIGUE